두 사람은 넥타이를 풀고 야구공을 던지고 받으며 기자들 앞에 섰다. 부시 미국대통령과 고이즈미 일본 총리의회담은 딱딱한 백악관이 아니라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서 열렸다.부시 대통령이 이렇게 파격적인 회담형식을 취한 것은 미일 동맹관계의 재확인 때문만은아니었을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인기 절정의 고이즈미 총리로부터 세계도처에서도전받는 자신의 대외정책에 대한 일본의 이해를 끌어내고 싶었을 것이다.
유럽에서 영국과 같은 동맹국의 위상을 일본에 부여함으로써 미국이 유럽과아시아에 양 날개를 펴고 주도권을 행사하려는 것이 부시의 의도라 하겠다.
두 나라가 전세계 경제력의 35% 이상을 차지하고 더구나우리에게는 막대한 영향력을 가졌기에, 우리는 두 나라 정상회담의 모든 현안에 남다른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들이 거론한 이슈들 중 북한체제,미사일방어문제, 교토의정서가 특히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들이다.
이 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불신감을 강하게표현했다는 것이 백악관 관계자들의 입을 통해 흘러나왔다.
이런 부시 대통령의 대 북한관은 새롭게 대두된 사실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의 포용정책이한ㆍ미ㆍ일 3국 공조에 기초한다는 사실에 입각할 때 예측대로 순탄치만 않을 조짐에 주목하게 된다.
북한이 백 마디의 말보다 행동으로 국제사회에신뢰를 주지 못할 경우 고립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운 일이 아닐까 느껴진다.
부시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서 가장 역점을 두었던 이슈는지구 온난화 가스 감축을 규정한 교토의정서 파기로 미국에 쏟아지는 비난을 최소화하는 문제였다고 할 수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현단계에서 미국의 협조 없이는 교토 의정서를 추진할 뜻이 없다”고 정곡을 피했고, 부시는 고이즈미의 급진적 경제 개혁을 지지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고이즈미 총리가 부시의 교토의정서 포기정책에동조한 것은 아무리 외교가 ‘주고 받는 것’이긴 해도 인류운명이 걸린 문제임을 생각할 때 올바른 선택인지 의문스럽다.
미사일방어(MD) 문제는 두 나라의 이해가 상당히 맞아떨어지는 이슈로 보였다. 하지만 고이즈미 총리는 명확한 입장표명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와 중국의 강한 반발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을것이다. 회담에서는 고이즈미 총리가 미국의 MD계획이 공격용이 아닌 방어용이란 점에서 강력한 지지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일본은 동북아정세와일본의 안보를 평가함에 있어 미국의 입장과 일치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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