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이 초고속 인터넷(ADSL) 모뎀을 가입자들에게 임대하면서 구입 가격보다 2배 가량 많은 임대료를 받아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2일 한국통신과 장비 공급업체인 삼성전자가 최근 체결한 올 하반기 ADSL 장비공급계약에 따르면 가입자에게 지급되는 모뎀 가격은 개당 5만원, 전화국에 설치되는 디지털회선접속분배장비(DSLAM)는 개당 11만5,00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4월 ADSL 60만9,000회선의 장비공급 계약을 1,005억원(회선당 16만5,000원)에 따내면서 모뎀 대당 가격을 전체의30% 수준인 5만원으로 정했다”며 “외부 하청업체가 OEM방식으로 제작한 모뎀을 한국통신에 납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통신은 이 모뎀을 가입자에게 임대하면서 매달 3,000원(부가세 10% 별도)을 3년간 납입토록 의무화, 가입자로부터 구입가격의 2배 이상인 10만8,000원을 받게 된다.
한국통신은 지난 달 이용약관을 개정, 가입자가 임대모뎀 이외에 자체 구입한 모뎀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으며 가입자는 3년간 임대료를 다 내도 이후 ADSL 서비스를 해지하면 모뎀을 반납해야 한다.
이에 대해 한국통신 관계자는 “모뎀 가격이 최근급락, 10만원 이하로 떨어졌지만 지난 해와 올 상반기 모뎀 구매가격은 15~20만원대였다”며“사업 초기부터 구매한 전체 모뎀비용에 비하면 폭리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ADSL 사용자모임(www.adslclub.co.kr)회원 등 소비자들은 “한국통신이 사업초기시장 선점을 위해 무리하게 사용한 마케팅 비용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하겠다는 의도”라며 “월 임대료 3,000원도 폭리에 대한 비난이 일자 최근 인하한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실제 한국통신은 ADSL사업을 시작한 1999년 6월부터 지난 해 초까지 월1만원, 지난 달까지는 월 5,000원의 모뎀 임대료를 받아왔다. 특히 지난 해 9월 100만명에 불과하던 가입자가 2월 200만명, 6월300만명으로 급증해 “사업 초기 비싸게 구입한 모뎀이 많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한 중소 모뎀업체 관계자는 “대형 장비업체에 ADSL 모뎀 외장형은 4만원, 내장형은 2만원대에 납품하고 있다”며 “통신사업자가 모뎀 시장을 지배하다 보니 덤핑 입찰이 판을 쳐 한때 130개가 넘던 모뎀업체가 경쟁력을 잃고 대부분 문을닫은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상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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