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슈퍼 박테리아에 관한 책을 읽고 싶은데, 어떤 게 있나요?”‘사이언스 북스타트 운동’ 본부에 한 초등학생이 문의한 내용이다. 어린이들에게 과학도서를 보내주자는 사이언스 북스타트 운동(상임대표 김수환 추기경)이23일 선포식을 개최한데 이어 ㈔과학사랑 나라사랑(위원장 조완규 전 교육부 장관)을 사업본부로 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 운동은 일단 정부가 주도했지만 민간 운동으로확산되면서 국내 과학대중화 사업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사이언스 북스타트 회원은 현재 8,000여 명. 회원은 매월, 매년 혹은 부정기적으로1만원 단위의 회비(구좌)를 내며 이 회비는 광역시 권역과 멀리 떨어진 벽지 지역의 19개 군 전체 초등학교 1학년 학생에게 전달된다.
295개교,397학급이다. 아직은 경기 파주의 전교생 16명인 대성동초등학교에 보낸 100권의 도서가 전부지만, 하루 평균 300여 명이 회원으로 가입할만큼 각계의 호응이 남다르다.
과학사랑 나라사랑 측은 “고학년보다 특정분야에 대한 호기심이 확립되지 않은 초등학교 저학년생을 주 대상으로 운동을 펼쳐나갈 것”이라며 “매월 1만원씩을 내기로 한 회원이 현재 500명 가량인데 1,000명까지 늘리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라고말했다.
사이언스 북스타트 운동은 단순한 책보내기 사업 외에도 침체된 과학출판 분야에활력을 준다는 목적도 있다.
초등학교 과학 교사를 중심으로 구성된 별도의 도서선정위원회를 두고 현재 560여 종의 추천도서 목록을 만들었으며 다음달10일까지 200여 권의 도서를 최종 선정해 집중적으로 구입할 예정이다.
과학꿈나무와 과학자들의 지속적인 만남도 추진된다. 130여 명의 국내 저명한과학자들의 모임인 과학사랑스승단을 만들어 벽지나 농어촌을 직접 찾아다니며 강의를 하고 어린이들에게 과학자의 꿈을 심어줄 계획이다.
과학사랑스승단은서울대 물리학과 명예교수인 김제완 박사를 단장으로 생명공학계의 대표주자 황우석 교수와 조류학자인 윤무부 교수가 부단장으로 임명됐다.
사이언스 북스타트의 현재회원 8,000명 중 일반인은 101명. 정부기관(777명), 과학기술 관련 단체(754명), 대학(269명) 등에비해 턱없이 적은 숫자다. 아직까지는 정부기관 소속 공무원이 회원으로 가입해 초기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운동은 김영환 과학기술부 장관이 제안했고 김대중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가 상징적으로회원으로 가입하는 등 아직은 관주도적인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운동 추진 주체가 과기부에서 사단법인으로 옮겨오고 과학계의 호응도 좋은 편이어서지속적인 과학 대중화의 발판이 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높다.
과학사랑 나라사랑의 성종대 임시 사무총장은 “7월 중 1차적으로 과학도서 1만 권을 어린이들에게 보낼 계획”이라며 “작지만지속적으로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은 일반인들과 적극적으로 자신의 경험과 과학사랑 마음을 전하려는 과학자들의 의지와 노력이 사이언스 북스타트 운동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홈페이지 www.sbookstart.co.kr
■'英 북스타트 프로젝트'서 착안
사이언스 북스타트 운동은 영국의 ‘북 스타트 프로젝트(Book Start Project)’를 본따 붙여진 이름이다.
영국 독서추진단체인 ‘북트러스트’ 주도로 1992년 시작된 ‘북 스타트 프로젝트’는 생후 7~9개월 된 아이가 건강 진단을 받을 때부터 유익한 책 정보를 제공하는 형식으로추진되었다.
5년 후 이 운동에 참여한 버밍햄 대학 연구진의 조사 결과 읽고, 쓰기, 산수 등 9개 영역에서 아이들의 평균 성적이 현저히 높아져효과를 인정받았다.
미국도 ‘북 포 키즈(Book for Kids)’ 운동을 통해 1990년부터 워싱턴 주 최저 생활수준어린이에게 60만 권 이상의 도서를 제공해오고 있다.
국내에서도 과학기술도서 발간 보급사업 등 사이언스 북스타트 운동과 유사한 책보내기 사업이1972년 이후 4차례 있었지만 대대적으로 실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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