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의 터널이 길어지고 있다.”, “‘V자형’을 예상했는데 ‘U자형’으로 가고 있다.”2001년 상반기를 힘겹게 넘긴 한국 경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재정경제부와 주요 국책ㆍ민간 연구소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연 초에는 미국 경제가 2ㆍ4분기 중 회복, 우리 경제도 하반기에는 본격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세계 경제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어두운 상황에서 하반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개선 기미가 없는 지표들
올 들어 6월까지 물가, 수출, 설비투자, 성장률 등 주요 지표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우울하게 바뀌고 있다. 이에 따라 ‘V자형’의 급격한 경기회복은 물 건너 갔으며 ‘U자형’의 점진 회복도 희망사항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연초 정부가 5~6%대로 전망했던 성장률이 1ㆍ4분기 3.7%대로 떨어진 데 이어 2ㆍ4분기에는 3.3%에 머물 전망이다. 재경부는 올 해 전망치를 4%대로 낮췄으며 한국은행은 아예 3%대로 낮춘 상태다. 수출도 마찬가지.
지난 1, 2월 간신히 한자리수를 유지하던 수출증가율이 4월과 5월에는 마이너스 9.9%와 마이너스 6.9%로 급감했다. 다만 경상수지는 수입이 수출보다 훨씬 급격히 감소하면서 30%대의 높은 증가율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가장 심각하게 여기는 것은 설비투자. 지난 해 11월 이후 7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거듭, 성장엔진이 식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지경이다. 정부 역시 투자세액공제 등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기업들의 투자심리는 회복되지 않고 있다.
◆막연하게 확산되는 낙관론
지난 6개월 동안 실물 지표가 악화한 것과 달리 기업실사지수(BSI), 소비동향지수(CSI) 등 심리지표는 회복세를 타고 있다.
지난 1월 63이던 전경련 BSI가 2월에는 83을 기록한데 이어 6월에는 114까지 상승했고, 산업은행과 대한상공회의소가 집계하는 BSI도 비슷한 궤적을 그리고 있다. 한국은행의 2ㆍ4분기 가계수입전망 CSI 역시 95로 1ㆍ4분기(89)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
그러나 이같은 심리지표의 호전을 둘러싸고 ‘6개월 후 경기회복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낙관론과 ‘실물과는 무관한 통계적 착시현상’이라는 비관론이 맞서고 있다.
◆하반기 경제, 미국에 달렸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한국 경제가 미국, 일본 경제에 달려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부의 희망대로 금리인하와 감세효과가 미국 경제를 회복국면으로 되돌릴 경우 한국 경제도 정보기술(IT) 산업을 중심으로 침체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LG경제연구원 오문석 연구위원은 “올 연말로 예상되는 미국 경제의 회복시점까지 국내 경기가 너무 급격히 냉각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금리인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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