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로 예정된 지역건강보험과직장건강보험의 재정 통합을 앞두고 ‘월급쟁이는 또 희생양’ 논란이 재현되고 있다.20여년에 걸친 진통끝에 통합이 불과 6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직장인을 중심으로 한 통합 반대파들은 ‘결사반대’입장을굽히지 않고 있고 일부 의원들은 분리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등 여전히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건강보험 통합의‘진실’을 파헤쳐 본다.
▼‘결국 지역가입자 피해’
건강보험이 통합되면 양쪽의 재정여건에 관계없이 보험 수입과 지출이 단일화돼 한쪽에서 손실이 발생할 경우 다른쪽에서 메워주게 된다.
반대론자들은 재정이 통합되면지역가입자들의 소득파악률이 여전히 낮기 때문에 직장 근로자들이 손해볼 수밖에 없다고 소리 높이고 있다. 실제로 올 상반기 중 자영업자, 전문직등 지역가입자의 소득파악률은 27%에 불과해 ‘유리지갑’인 직장 가입자와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차장은 “앞으로도 소득파악률을 높일 뾰족한 방법이 없기 때문에 통합이 되면 결국 징수가 쉬운 직장 가입자가 주머니를 털어 지역 가입자를도와주어야 할 판”이라고 주장했다. 김판중 경총 책임연구원도 “자영업자 등은 소비ㆍ지출은더 많으면서도 세금은 적게 내는 게 현실”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통합하면 결국 직장건보만 손해”라고 말했다.
통합론자들도 낮은 소득파악률의 문제점은 인정한다. 조경애 건강연대 사무국장은 “소득파악률이 낮아 여유있는 집단이 그렇지 못한 집단을 도와 더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볼 수 있도록 하는 통합의 좋은 취지마저 훼손되고 있다”며 “소득 파악을 소홀히 한 정부에 책임을 묻고 싶다”고 밝혔다.
▼보험료, 지역이 더 많이 냈는 데…
그러나 통합론자들은 파산에처한 양 보험의 재정상태, 정부 지원 계획 등을 들어 ‘월급쟁이는또 희생양’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우선 지역건보나 직장건보 모두 재정상태가 엉망이 됐기 때문에 통합이돼봤자 지역건보가 직장건보로부터 도움받을 일이 없다는 것이 주장의요지.
이들은 그 근거로 지난해 지역 가입자가 낸 보험료(정부지원 포함, 세대당 월 4만5,791원)가 직장 가입자가 낸 보험료(사용자부담금 포함,4만3,493원)보다 오히려 많았다는 사실을 든다.
더욱이 올해부터 2006년까지정부가 지역건보에 급여비의 50%를 지원해주기로 했기 때문에 앞으로는 오히려 지역건보의 재정이 더 튼튼해지고 따라서 통합을 곧 직장가입자의 손해로볼 수 없다는 주장이 있따르고 있다.
이 와중에 심재철 의원 등한나라당 의원 23명이 최근 보험 통합을 철회하고 지금처럼 분리해 운영하자는 ‘건강보험재정분리법안’을국회에 제출하고, 한국노총과 경총, 교총 등 6개 단체도 ‘건강보험재정분리를위한 법개정 청원서’를 제출, 통합 마찰이 심화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한 관계자는“한쪽은 통합으로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고 있고, 다른 한쪽은 통합을 통해 건강보험의 취지를 잘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등 근본 시각이 완전히 다르다”면서 “통합 마지막 순간까지도 논란은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정부 "직장 부담 없다"
정부는 통합을 하더라도2006년까지 재정은 합쳐서 하나로 사용하지만 보험료의 부과와 인상률 등은 지금처럼 지역과 직장으로 나눠 정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통합이 되더라도당분간은 지역가입자와 직장가입자가 지금처럼 다른 보험료를 내고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위해 보험료를 더 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정부는 설명하고있다. 또 정부가 지역건보에 보험급여비의 50%를 지원해주기로 한 만큼 직장 가입자의 추가 부담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분리론자들은 정부지원이 2006년에는 끝이 나기 때문에 그 이후에는 직장가입자들의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맞서 전창배 국민건강보험공단사회보장연구센터 차장은 “소득파악률이 지금보다 높아질 것이고 지역ㆍ직장건보 양 집단의 급여비와 소득, 재산수준 등을 충분히 감안할 수 있는 장치들이 마련되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주장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통합때문에 어느 한쪽의 가입자가 일방적으로 보험료를 더 많이 내는 일이 없도록 두 건강보험의 재정능력과 급여비지출 등을 고려한 형평계수를 개발, 적용하는방안을 검토중이다.
■외국은 어떤가
보험 재정을 통합한 대표적인나라로는 대만을 들 수 있다. 대만도 원래는 분리 운영을 해왔으나 전체 건강보험의 효율적 사용을 명분으로 1995년부터 지역, 직장의 재정을 통합해집행하고 있다. 그러나 대만도 지역가입자와 직장가입자간 보험료 부과체계나 국고보조율은 서로 다르다.
대만 외에는 대부분 분리운영을 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재정적으로 여유있는 조합이 그렇지 못한 조합을 도와주는 것처럼 많은 나라에서 보험간 또는 개별 조합간 재정 격차를줄이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한편 영국 이탈리아 스웨덴등 사회복지가 잘 된 나라들은 세금의 일부를 국민 진료비로 무상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통합론자들은 이 같은 방식이 지역, 직장의 구분없이 모든국민에게 의료비를 지원하는 것이므로 재정통합과 같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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