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는 이미 마음 속 깊숙이 밀려와 있다. 장마가 끝나면 불볕 더위. 1년 내내꿈꾸었던 여름 나들이를 떠난다.올해에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풍경은 바다. 그러나 인파에 치이는 바다는 짜증이 난다. 마음이 맞고 다정하게 어울릴수 있을 정도의 사람만 모이고, 그래서 여유를 재충전할 수 있는 진짜 휴가였으면 좋겠다.
안락하지 않으면 어떠랴.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한적한해수욕장을 동ㆍ서ㆍ남 해안선을 따라 돌아본다.
#1. 봉포리 해수욕장(강원 고성군 토성면)
고성군의 최남단으로 오히려 속초시에서 가깝다. 미시령의 콘도 타운에서 숙박객이한산한 해변을 찾으면 추천해 주는 곳이다.
맑은 물과 맑은 모래가 자랑거리. 가슴 정도의 수심에서 발을 꼼지락거리면 조개를 잡을 수 있다. 봉포리마을회에서 관리하는데 봉포항 내 주차장(200여 대 주차)을 무료로 개방한다.
인근에 경동대가 생기면서 비수기 하숙, 성수기 민박을 위한 콘도형민박집이 바닷가를 따라 많이 생겼다. 속초에서 7번 국도로 5분 정도 북상하면 봉포항이 보인다. 봉포리 어촌계(033)631-2606
#2. 인구리 해수욕장(강원 양양군 현남면)
양양군의 남쪽 해안선은 백사장의 연속이다. 하조대 해수욕장을 시작으로 강릉 인접지역인 지경 해수욕장까지 무려 11개가 몰려 있다.
인구리 해수욕장은 그 중 찾는 이들이 적은 곳. 백사장 북쪽으로 대나무가 울창한 바위, 죽도가우뚝 서있다. 이름은 섬이지만 육지와 연결돼 있다.
죽도 북쪽으로는 죽도 해수욕장. 남애항이 가까워 횟감을 쉽게 구할 수 있다. 가끔 고등어떼에쫓긴 멸치떼가 백사장으로 몰려 나와 피서객이 양동이에 퍼담기도 한다. 주문진에서 7번 국도를 따라 10분 거리. 현남면사무소(033)670-2251
#3. 명사이십리고래불 해수욕장(경북 영덕군 병곡리)
서울에서 너무 멀어서 그 동안 각광을 받지 못했고 개발도 덜 됐다. 그러나 풍광과규모로 볼 때 분명 특급 해수욕장이다.
백사장이 바닷가 8개 마을을 어우르며 8㎞나 펼쳐진다. 끝에서 끝까지 왕복하는데 반나절이 걸린다. 모래가금빛인데 이 모래로 찜질을 하면 순환기 계통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영덕군에서 직접 운영하기 때문에 바가지 요금이 없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영덕에서7번 국도로 북상하면 약 25분이 걸린다. 관리사무소 (054)734-5912
#4. 사촌 해수욕장(경남 남해군 남면 임포리)
남해도의 1024번 지방도로는 전국 해안도로 중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풍광을자랑하는 길. 사촌마을은 그 길을 따라가면 만날 수 있다.
백사장의 길이가 300여㎙에 불과한 아담한 해수욕장으로 미숫가루처럼 고운 모래를 자랑한다.가족 피서지로 적격이다.
해변과 방파제에서 낚시가 가능해 직접 안주거리, 반찬거리를 장만할 수 있다. 마주 보이는 여수시 돌산도로 넘어가는 낙조가일품이다. 여관 등 정식 숙박시설이 없고 민박과 야영장을 이용해야 한다. 사촌번영회(055)862-8514
#5. 소록도 해수욕장(전남 고흥군 도양읍 소록리)
소록도는 일제시대부터 한센병 환자들이 병마와 싸우며 새 삶의 희망을 가꾸는 섬.섬은 국립소록도병원을 중심으로 병원 직원들이 사는 1번지와 환자들이 거주하는 2번지로 나뉘어 있는데 1번지는 일반인의 왕래가 자유롭다.
소록도해수욕장은 소록도 탐방과 연계해 찾을 만한 곳. 소나무숲에 둘러싸인 깔끔한 해수욕장으로 한나절 물놀이에 좋다.
소록도 안에서는 취사와 야영이 엄격히금지되며 오전 9시에 들어가 오후 5시까지 나와야 한다. 녹동항에서 배가 수시로 왕복한다.
#6. 통리ㆍ중리해수욕장(전남 완도군 보길면 중통리)
보길도에는 모두 세 곳의 해수욕장이 있다. 가장 유명한 것은 예송리이다. 검은자갈이 깔린 독특한 해변으로 단연 인기이다.
나머지 두 곳은 통리와 중리. 예송리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이다. 너른 백사장과 모래 갯벌이 아름답다.이름은 나뉘어져 있지만 거의 붙어있는 해변이나 마찬가지이다.
물이 빠지면 수백㎙의 갯벌이 드러날 정도로 수심이 완만해 안전사고의 위험이 거의 없다.완도나 땅끝에서 배를 탄다. 보길면사무소 (061)553-7001
#7. 선유도 해수욕장(전북 군산시 옥도면 선유도리)
선유도는 고군산군도의 중심 섬. 색다른 형태의 해수욕장을 가지고 있다. 섬에우뚝 솟은 망주봉의 한 쪽으로 제방 같은 언덕이 1㎞ 정도 드리워져 있다.
파도에 밀려 온 진흙과 모래가 쌓인 것으로 언덕의 한쪽은 모래사장,다른 한쪽은 갯벌이다. 모래 찜질과 갯벌 탐사를 동시에 할 수 있다.
다리로 이어져 있는 옆 섬 장자도에 해양수련원(063-466-7044)이있고 대부분의 민가에서 민박을 친다.
물이 부족하기 때문에 식수를 챙기는 것이 좋다. 배는 군산항에서 하루 두 차례 왕복. 문의 선유2구 김덕수이장. (063)465-4787
#8. 삽시도 해수욕장(충남 보령시 오천면 삽시도리)
화살처럼 생긴 섬. 고운 모래사장과 완만한 수심, 맑은 물 등 3박자를 갖춰해마다 피서객이 늘어난다. 2㎞에 이르는 규사 해변을 따라 소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이 곳에 텐트를 치면 한낮에도 볕을 피할 수 있다.섬 서쪽 끝에 물망터라는 신비로운 샘물이 있다. 밀물 때에는 바다 속이었다가 물이 빠지면 밖으로 드러나는데 민물이 솟는다.
칠월칠석날 목욕을 하면병이 낫는다는 전설이 있다. 모기약 필수. 동해민박(041-932-3738) 등 민박집이 많다. 대천항에서 하루 두 차례 배가 운항한다.
#9. 신두리 해수욕장(충남 태안군 원북면 신두리)
올 여름에도 여전히 한산할까? 자신할 수 없다. 지난 연말 서해대교가 개통돼교통이 편해진데다가 최근 신두리 사구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는 등 유명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보다는 분명 붐빌 것이다.
그러나 해변이 워낙넓어 어느 정도 늘더라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야영을 계획해 숙소를 자체해결했다면 더욱 그렇다.
넓은 갯벌의 생태계와 사막과 비슷한 해안사구의 생태계를 함께 즐길 수 있다. 왜 이 곳이 천연기념물이 되어야 했는지, 자연의 소중함을 느끼는 보람찬 바캉스가 될 수 있다. 번영회(041)672-4788
#10. 콩돌해수욕장(인천 옹진군 백령면)
어쩌면 이렇게 돌의 크기가 일정할까? 첫 감탄이다. 한 줌 쥐어 바다에 던지면물에 떨어지는 소리에 두 번째 감탄이 터진다.
사람의 힘으로는 도저히 만들어낼 수 없는 신비한 소리가 난다. 백령도의 콩돌 해수욕장은 그렇게 환상적이다.물놀이가 목적이었지만 모두 물에 들어갈 생각은 못하고 돌과 놀기에 여념이 없다.
콩돌은 부서진 편암 조각이 파도에 흔들리면서 서로를 마모시켜 만들어졌다.해안 전체가 천연기념물 제392호이다.
과거 최전방이란 사실이 여행의 큰 장애가 됐던 백령도는 이제 어엿한 관광지의 모습을 갖추었다. 백령면사무소(032)836-1771
권오현기자
koh@hk.co.kr
■동해안 가는길
매년 피서 인파의 3분의 1이 동해로 향한다. 대관령, 미시령 등 백두대간의 주요 고개는 주차장이 된다.
2~3시간 더 걸리더라도 우회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빠르다. 낮선 길은 두렵다고? 용기를 내 보자. 지금까지 만나지 못했던 새로운 풍광도 기다린다.
▦ 구룡령(양양행)
오대산의 서쪽 자락을 타는 고개. 영동고속도로 속사IC에서 빠져 31번 국도를 타고 운두령을 넘으면 홍천군 내면 창촌에 닿는다. 창촌에서 56번 국도로 갈아타면 구룡령이다. 양양 남대천 상류의 깊고 맑은 계곡을 구경할 수 있다.
▦ 진고개(주문진행) 영동고속도로 장평, 속사, 하진부IC 3곳에서 6번 국도를 갈아 타면 넘을 수 있다. 강원도 최대 사찰인 월정사와 토종 야생화를 한데 보은 한국자생식물원 등이 6번 국도 변에 있다. 양양읍으로 향하는 내리막길이 포근하고 아늑하다.
▦ 큰, 작은 너그미재, 백복령(강릉, 동해행)
정선군에서 동해시로 진입하는 고개. 영동고속도로 새말IC로 나와 우회전, 42번 국도를 계속 달리면 된다.
정선에서 큰너그미, 작은너그미재를 넘으면 임계면, 다시 백복령을 지나면 동해시이다. 동해시로 들어가는 내리막길에 무릉계곡으로 유명한 두타산 입구가 있다.
▦ 태백시 경유(동해, 삼척행)
태백시의 고도는 800여㎙. 백두대간의 고개 도시인 셈이다. 동해안으로 내려가는 길은 두 가지. 동해시, 삼척읍에 닿는 38번국도와 삼척시 원덕읍으로 빠지는 416번 지방도로이다.
38번 국도는 오십천, 416번 도로는 동활계곡, 가곡천과 어울린다. 영월-태백을 잇는 수라리재도 경관이 빼어나다.
▦ 오두재(동해, 삼척행)
정선과 동해, 삼척시를 잇는 비밀도로(?). 지난 해 포장공사를 마쳐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정선의 화암8경이 있는 동면 화암리에서 시작한다.
고개를 넘으면 삼척시 하장면. 35번 국도와 만난다. 북쪽으로 임계를 거치면 동해시로, 남쪽으로 숙암리를 경유하면 삼척읍으로 들어간다.
▦ 대우치(울진행)
유명한 불영계곡을 구경하며 백두대간을 넘는 길. 봉화에서 35번 국도로 넘어간다. 길눈이 어두운 여행객은 울진으로 떠날 때, 강릉-7번 국도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우치를 넘으면 시간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
▦ 한티재(영덕행)
원래는 봄에 넘는 고개(34번 국도). 양 쪽으로 분홍빛 복사꽃이 만개하기 때문이다. 여름에 넘어도 운치가 있다. 안동에서 청송읍에 들어가기 직전, 주왕산의 북쪽 줄기를 타고 오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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