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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가는길 / 월드컵과 나 - 82년 대표 이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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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가는길 / 월드컵과 나 - 82년 대표 이태호

입력
2001.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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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태극마크를 단 뒤 이듬해 출전했던 스페인월드컵 아시아지역예선은 아직까지도 나에게 쓰라린 기억으로 남아있다. 당시 대학생(고려대 3학년) 신분으로 월드컵 본선무대를 노크한다는 자부심이 대단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아시아 3조에 속한 한국은 쿠웨이트, 말레이시아, 태국과 최종예선 진출 티켓 1장을 놓고 쿠웨이트에서 풀리그를 벌였으나 쿠웨이트의 벽을 넘지 못하고 그만 1차예선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지금까지 월드컵 본선의 걸림돌이던 호주 대신 중동의 산유국들이 새로운 장애물로 나타난 것이다.

대표팀은 말레이시아(2_1승)와 태국(5_1승)을꺾고 2승을 기록, 공동 선두이던 쿠웨이트와 3조지역 결승전을 치르게 됐다. 쿠웨이트는 70년 멕시코월드컵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브라질 팀의 주장 카를로스 알베르토를 감독으로 영입하는 등 오일달러를 앞세운 전폭적인 투자로 중동의 강호로 급부상했다. ‘중동이 유럽과 남미에 이은 세계 제3의축구무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올 정도로 당시 중동의 상승세는 대단했다. 쿠웨이트와의 일전을 앞둔 김정남감독은 전력상 열세라는 판단아래 ‘전반수비에 치중한 뒤 후반 승부를 노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오일달러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오일달러는 심판들까지도 중동국의 승리를 보장해 주는 듯 했다. 후반 6분 첫 골을 빼앗긴 우리는 후반 30분께 이태엽이 코너킥을 헤딩으로 받아넣어 동점을 만들었지만 주심은 수비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득점을 인정하지 않았다.

어처구니없는 편파판정에 화가 난 나는 심판에게 거세게 항의했는데 심판은 내게 주저없이 레드카드를 꺼내들었다. 선수생활중 처음으로 퇴장명령을 받은 충격때문이었는지 경기장을 나오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결국 한국은 내가 퇴장당한 이후 한 골을 더 허용, 0_2로 패했다. 중동의 심판매수 의혹은 이후에도 계속됐는데 83년 사우디아라비아와의 LA올림픽 예선전(4_5패)은 편파판정이 더욱 심했던 경기로 기억된다.

20년이 지난 지금 국내 프로구단의 감독을 맡고 있지만 심판 판정의 문제는 그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나를 괴롭히고 있는 듯 하다.

●약력: 이태호(40)씨는 고려대를 거쳐 80년부터 약 10년간 국가대표를 지냈으며,93~95년 프로축구 대우 로얄즈 트레이너, 95~98년 부산 동의대 감독을 역임했다. 2000년 12월부터 프로축구 대전 시티즌 감독을 맡고있다.

■82년 스페인대회

월드컵 본선 진출국이 16개국에서24개국으로 늘어났다. 월드컵 본선에 첫 선을 보인 아프리카의 카메룬과 알제리는 월드컵서의 ‘검은 돌풍’을 예고했다. 두 팀 모두 2차리그 진출에는실패했지만 2조의 알제리는 강호 서독을 2_1로 꺾는 파란을 일으켰으며 카메룬은 이탈리아, 폴란드, 페루와 모두 비겨 아프리카 축구의 기량이 세계수준과대등함을 과시했다.

‘마피아 승부조작’ 사건에 휘말려2년동안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던 이탈리아의 파울로 로시는 이탈리아에 44년만에 3번째 우승을 안기며 대회 최고의 슈퍼스타로 떠올랐다. 로시는2차리그 브라질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등 6골로 득점왕과 대회 최우수선수 타이틀을 함께 거머쥐었다.

한편 스페인대회가 끝난 뒤에는 이탈리아의승부조작 파문이 일어나 대소동을 빚기도 했다. 1차예선서 2무를 기록, 2차리그 진출이 불투명하던 이탈리아가 역시 2무를 기록하고 있던 카메룬에게10만달러의 뇌물을 주고 비겨줄 것을 요청했다는 내용으로 이 문제는 이탈리아 의회로까지 번졌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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