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29일 주요 언론사와 사주를 무더기로 검찰에 고발함에 따라 정기법인세조사와 조세범칙조사로 이어진 130여일 간의 언론사 세무조사가 일단락 됐다.하지만 고발대상에 오른 6개 신문사의 총 탈루소득(6,335억원)과 추징세액(3,048억원)이 워낙 막대한데다 3개사는 사주까지 고발돼 언론계에 사상 유례없는 사정(司正) 태풍이 몰려올 전망이다.
이번 세무조사는 엄청난 폭발성과 파급력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사착수 단계부터건국 이래 초유의 ‘언론파동’이 예고됐었다.
특히 세정당국이 그동안 조세권의 ‘성역’으로인식돼 온 언론에 칼을 들이댐으로써 공평과세와 조세정의 실현에 기여했다는 점에서 시민ㆍ사회단체 등으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천문학적 규모의 세금과 사주의 사법처리로 신뢰도에 엄청난 타격을 입고 생존권의 위협까지 받게 된 일부 언론사들이현 정권에 대해 전면전에 나설 태세인데다 야당의 정치공세까지 겹쳐 사태의 파문이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국세청이 발표한 검찰고발 내용의 핵심은 대주주 등 사주의 ‘개인비리’에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세청은 개인비리의 경우 행위 당사자의 ‘고의성’이분명하기 때문에 검찰에서 범죄사실을 입증하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이와 관련, 손영래(孫永來)서울지방국세청장은 “고발된 언론사의 경우 회사별로 적게는 수 십개에서 많게는 수 백개에 이르는 차명계좌가적출됐다”며 “많은 사주들이 이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해 개인적으로 착복ㆍ유용하는가 하면 주식과 부동산을 2세들에게 불법적으로 대물림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조선ㆍ동아ㆍ국민일보 등 사주가 고발된 회사의경우 세금 포탈혐의(조세범처벌법) 뿐 아니라 회사자금의 횡령이나 배임혐의 등 형법상의 가중처벌을 받을 만한 범법행위들이 적발됐다.
따라서 고발 대상언론사 사주들에 대한 구속 등 사법처리는 시기 상의 문제일 뿐 기정사실이라는 것이 국세청 안팎의 시각이다.
사주나 법인이 고발된 언론사들은 범죄혐의가 검찰에서 확정될 경우 세금추징은물론, 포탈세액의 3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까지 부과되기 때문에 심각한 자금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언론계 일각에선 “현재상당수 언론사가 자본금 잠식상태인 점을 감안하면 경영상 심각한 타격을 입을 뿐 아니라 심지어 문을 닫는 언론사도 나올 수 있다”는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면 검찰에서 일부 고발내용이 번복되거나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국세청은 무리한조사를 했다는 비난을 벗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언론계의 관행으로 여겨져 온 무가지(無價紙)에 대한 과세 등 세금추징의 적법성을둘러싸고 논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일각에선 세무조사 대상을 선정하는 과정과 절차 등에 대한 법적 근거가 미약해 세무조사가 ‘정치적고려’에 의해 임의로 이뤄졌다는 우려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안정남(安正男) 국세청장은 최근 국회재경위에 출석해앞으로는 5년마다 한번씩 언론사 세무조사를 정례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불필요한 오해와 ‘언론탄압’ 시비를 없애기 위해서도 차제에 세무조사의 기준과 절차를 투명하게 법제화함으로써 조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변형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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