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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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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두 얼굴

입력
2001.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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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장관이 아시아를 방문해 어떤 장관 집에 초대됐다. 호화판 대저택에 놀라 “월급이 얼마이길래…”하고 물었다.아시아 장관이 창 밖에 보이는 강의 교량을 가리키며 “10%”라고 말했다. 건설비의 10%를 ‘꿀꺽’했다는 뜻이다.

1년 후 거꾸로 아시아 장관이 아프리카를 방문해 그 장관 집에 들렀다. 으리으리한 왕궁 수준에 혀를 내두르며 “아니 어떻게…”라고 물었다.

아프리카 장관은 멀리 지평선을 손으로 가리키며 “100%”라고 말했다.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다리를 놓을돈을 몽땅 해먹었다는 뜻이다. 후진국 도둑정치(Kleptocracy)를 풍자한 우스개 이야기다.

■세계적 월간지 리더스 다이제스트가 최근 흥미로운 테스트 결과를 내놓았다. 각국 도시에 주인연락처와 함께 현찰(50달러상당)이 든 지갑들을 떨어뜨려 놓아 회수율을 뽑아본 실험이다.

각국 ‘국민’의 정직성을 비교하기 위한 이 실험에서 한국의 회수율은 70%로 호주 일본과 함께 공동 3위에올랐다 한다.

이는 노르웨이 덴마크(공동1위) 싱가포르(2위)보다는 못하지만 미국 영국보다도 높은 것이다.

■때마침 국제 투명성기구(TI)가 91개국을 대상으로 한 2001년도 ‘공직자’ 청렴도 조사 결과도 나왔다.

리더스 다이제스트의 국민 정직성 테스트에서 최상위권을 차지한 덴마크 싱가포르 등은 이 조사에서도 역시 최상위권에 올랐다.

일본도 국민 정직성 순위만큼은 못하지만 그래도 중상위권(21위)에 끼였다. 그렇다면 한국은? 초라하게도 42위밖에 안 된다.

■두 조사가 웅변하는 것은 ‘한국의 국민성은 깨끗한데, 공직사회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다. 국민 개개인의 도덕성은 높지만 일단 관료 집단의 일원이 되면 사정이 달라진다는 말도 된다.

한 민족이 두 개의 ‘얼굴’을 갖는 이런 아이러니는 아마도 부패고리의 시초였던 역대 썩은 권력의 소산일 것이다. 부패방지법이 통과돼 공직부패의 제도적 방책들이 대폭 강화한다 하니 이번에는 윗물이 먼저 맑아지기를 한번 기대해 보자.

송태권 논설위원 songt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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