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당초 예상과는 달리 유엔 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베이징(北京) 사무소에서 난민 지위 인정과 한국행을 요청하며 농성하던 장길수(17)군 가족 7명을 ‘신속히’ 출국시킴으로써 이번 사건을 조기 수습했다.중국은 2008년 올림픽을 유치하기위해 루치아노 파바로티 등 세계 3대 테너의 공연을 갖는 등 베이징을 세계에 알리려는 노력을 해왔으나 때 마침 이번 사건이 터지면서 세계의 관심이 탈북자에 쏠리자 내심 크게 당황했었다.
특히 미국을 비롯해 국제 인권 단체들이 중국이 이번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주목하고 있는데다 내달13일 모스크바의 올림픽 개최지 투표를 앞두고 자칫 국제 여론이 자국을 반(反) 인권국가로 비판할 경우 국가 이미지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심각히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또 7월 1일 공산당 창당 80주년을 앞두고 당ㆍ정 ㆍ군의 역량을 이 행사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길수군가족 문제를 조기 수습할 필요가 있었다.
이번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특히주목할 점은 중국이 특정국가(북한)를 의식하지 않고 가족 건강을 빌미로 인도주의 차원에서 결단을 내렸다는 점이다. 탈북자 문제를 민감한 이슈로 여기고 단호한 처리를 원칙으로 해 왔던 중국에게 이번 사건은 처신하기가 어려운 사안이었다.
그러나 북한측의송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독자적으로 자국의 국익 차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실리적 자세와 함께 난민인정의 선례를 배격함으로써 명분도 유지했다고볼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은 이 같은 문제가 또다시 불거져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북한 국경에 대한 수비를 대폭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다른 탈북자들을 대대적으로 단속해 북한으로 송환시킬 가능성이 높아 탈북자들의 행렬이 중단될 수도 있다.
베이징=송대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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