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 시절 일제에 징병·징용돼 군인·군무원으로 전쟁터에 나갔다가 숨진 한국인의 야스쿠니(靖國)신사 합사 중지를 요구하는 이색 소송이29일 도쿄(東京)지법에 제기됐다.그동안 군대위안부나 BㆍC급 전범 피해자 등 수많은 한국인 피해자와 유족이 일본 법원에 다양한 ‘전후보상 소송‘을제기해 왔지만 야스쿠니 신사 합사를 문제삼은 것은 처음이다.
야스쿠니 신사는 일제 군국주의의 이념적 바탕인 국가신도의 상징이었다.애초에 역대 전쟁에서 숨진 사람들을 제사지내기 위해 세워진 신사였다.
신도의 교의는 사자를 단순한 ‘영령’이 아니라 ‘신’으로 제사지낸다. 국가신도최고의 신사에 ‘신’으로 모셔진다는 약속은 전쟁터로 내몰린 일본 젊은이들에게는 마지막 희망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식민지 지배 이데올로기로서 신도를 강요받고, 강제로 전쟁터에끌려 나가 숨진 한국인에게 그런 의미 부여는 불가능하다.
‘일본인으로서 일본과 천황을 위해 싸우다 숨졌다’는 것은 영령에 대한 지독한 모독이다.더욱이 유족들에게 알리지도 않은 일방적인 합사는 전통적으로 우리가 중시해 온 제사권의 침해이기도 하다.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된 한국인은 1996년에 2만1,181명에달했다. 그러나 실제로 합사가 확인된 예는 극소수이다.
소송에서 원고측이 한국인 희생자들의 정확한 사망 경과부터 밝히라고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동안의 ‘전후 보상 소송’으로 보아 이번 소송의 전망이 밝다고는하기 어렵다. 법리·역사 논쟁이 뒤엉키는 데다 신도에는 ‘폐사’(弊祀) 관행도 없다.
다만 한국인 희생자들을 각종 원호 혜택에서는 철저히 배제하면서‘신도 앞에서의 평등’만을 강조하는 모순된 일본의 모습은 더 이상 감추기 어렵게 됐다.
황영식 도쿄특파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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