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간에 물고 물리는 통상마찰이 계속되고 있다. 일본이 지난 4월 중국산 표고버섯, 다다미 재료 등 3개 농산물에 대해 잠정 세이프 가드(긴급 수입제한)를 발동한데 대해, 중국은두 달 뒤 일제 자동차, 휴대폰, 에어컨 등 3개 품목에 대해 100%의 보복관세를 부과했다.한- 중 간에도, 납 꽃게 사건, 북한산 라이터의 우회수출, 마늘분쟁, 라이신 수출에 대한 반덤핑 등 통상분쟁이 꼬리를 물고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앞으로 3국간 통상분쟁이 더 자주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 왜 이처럼 한-중-일 3국 간에 통상분쟁이 증가하는 것인가.여기에는 동북아 3국의 경제상황 악화, 각국 산업·무역구조의 변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사실 한국은 일본에 대해, 일본은 중국에 대해 각각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문제는 중국의 산업·구조가 90년대 중반이후 급속히 고도화됨에 따라, 보완관계에 있던 상품이 경쟁관계로 전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중국은 더 이상 단순한 노동집약 제품 수출국이 아니다. 가전,철강, 기계, 조선 등 자본집약적 분야는 물론, 수송장비, 반도체, 통신장비 등에 이르기 까지 수출품목이 급속히 고도화되고 있다.
거대화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일본의 견제심리도 일조를 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발표한 '2001년 통상백서'에 의하면,90년대초반까지만 해도 아시아 경제성장의주도국은 일본이었다.
그러나 21세기에는 그 '선두 기러기' 자리를중국에게 내줘야 한다는 것이다.실제로 일본경제는 버블 붕괴, 구조개혁 지연, 관료주의 등으로 인해 작년의 침체에 이어 올 1/4분기에도 마이너스 0.2%의 실질성장을 기록하였다.
반면, 중국경제는 높은 노동생산성, 광대한내수시장, 외자기업의 지속적 진입 등에 힘입어 8%의 고도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더욱이 내년 3월초쯤이면 중국은 WTO의 정식회원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나날이 가격ㆍ비가격 경쟁력이 강해지고 있는 중국상품의 수입급증에 대해, 한국과 일본 정부로서는 일단 세이프가드 조치를 발동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공산품의 경우, 중국산이라고는 하지만, 가전, 의류 할 것 없이 현지 투자기업 제품인 경우가 많아 통상마찰이 비교적 쉽게 해결된다.
그러나 문제는 농수산물이다. 국내 농민의 피해와 반발이 워낙 커 수수방관할 경우 정치적리스크가 커진다.
사실 한-중간 마늘 분쟁도그렇고, 일-중간의 무역분쟁도 사실은 중국 농수산물 수출 증가 때문에 생긴 일이다.
중국의 농수산물 수출이 늘어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요약된다. 첫째, 중국정부가 WTO가입에 대비, 농업의 구조조정, 농산품 유통·무역권의 분권화를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종전 같으면 국내에서 소비될 농부산품의 상당부분이 가격이 더 좋은 해외로 수출되고 있는 것이다.
둘째, 미국·호주 등 외국산 농산물의 수입증가, 단위면적당 생산성 향상 등의 이유로 중국내 잉여 농산물이 해외에서 판로를 찾을 수 밖에 없다는 것도 또 하나의이유이다.
따라서 수입급증과 국내 농가의 피해 우려만을 이유로 지금처럼 중국산 농부산품에 대해 세이프가드 조치를 발동할 경우, 문제를 유보할 수는 있을지언정, 근본적인 해결책은 못 된다고 본다. 보다 근본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우선 한국과 일본이 긴급 수입제한 조치의 선제발동을 자제해야 한다. 그리고 한-중-일 3국 관계장관 간에 각국 농업문제에 관한 이해를 높이고, 중국산 농수산물 수입증가에 관한 농업부문 협의체를 구성, 함께 노력해야한다고 본다.
무역단계에서 사후적으로 일을 수습하는 것보다는 생산ㆍ재배단계에서 구조조정을 기술적으로 도와주는 것이 비용도 적게 들고 서로간의 불필요한 마찰을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한ㆍ일 양국정부가 가격 인센티브와 행정지도를 통해 농산물 생산 구조를 중국과 경합이 안 되는 쪽으로 재조정ㆍ고도화해나가는 길 밖에 없다고 본다.
세이프가드의 잦은 발동과 이에 대한중국의 보복은 한-중-일 3국간의 통상마찰을 해결하기는커녕,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키고 미래 협력잠재력을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
김익수 교수 고려대 경영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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