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길수(17)군 일가족 7명의 한국행요청 사건이 국제 문제화하고 있다.미국이 중국측에 탈북자 문제에 대한 항구적 해결을 간접 촉구하고, 앰네스티 인터내셔널(국제사면위원회) 등 인권단체들도 길수군 가족의 북한 송환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특히 내달 13일 모스크바에서의2008년 올림픽 개최지 선정 투표를 앞두고 각국들은 유력한 후보지인 베이징(北京)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번 사건에 대한 처리 결과를 놓고 앞으로중국이 인권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를 가늠하는 잣대로 보고 있다.
이번 사건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있는 나라는 미국. 중국의 인권 상황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취해온미국은 27일 공식 논평을 내고 “우리는 (탈북자) 7명의 사건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힘으로써 중국을 간접 압박하고 있다.
논평은 특히중국이 1951년의 유엔난민협약과 1967년의 의정서를 체결한 당사국 이라는 점을 상기시키고 유엔 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이 난민을 위한 항구적 인해결책을 확인해 승인하는 권한을 부여 받고 있는 점을 부각했다. 중국에 탈북자들을 난민으로 인정하라는 간접 메시지인 셈이다.
중국에 대한 보다 직접적인 압력은국제사면위로부터 나왔다. 국제사면위는 27일 ‘망명 희망자들은보호돼야 한다’는 성명을 통해 중국이 이들을 북한으로 강제송환할 가능성에 대해 경고했다.
7년 복역에서부터 처형에 이르는 중형이 예상되는 데도이들을 북한으로 돌려보내는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에 해당된다는 것이 국제사면위 주장이다.
국제사면위는 “17세 소년이 북한의 압박과 기근에 대해그린 그림은 이들이 되돌아갈 경우 혹독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들은 경제적 동기의 이민이 아니라 정치적 난민”이라고 규정했다.
UNHCR측도 이번 사건을 탈북자문제의 실상과 중국측의 태도를 국제사회에 정면 제기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UNHCR측은 “1997년부터 북ㆍ중 국경지역에대한 탈북자들에 대한 실태를 정기적으로 파악, 중국측에 우려를 제기해 왔다”며 “그러나 중국 당국은 북한 난민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베이징 사무소의 활동을 비판해 왔다”고 밝혔다.
세계 각국 언론들도 이번 사건을 길수군 가족의 비극과 유엔과 중국과의 외교 문제에 초점을 맞춰 보도하고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중국은 남북한과의 관계, 한반도에서의 지정학적 위치와 인권문제 등을 고려해 이를 처리하는 데 난처해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요미우리(讀賣) 신문은 “유엔과 중국 모두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고 보도했다. BBC 방송은 “이 사건으로 베이징에 미묘한 외교적 상황이 벌어지고있다”고 전했으며,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이 문제는 이제 중국의 손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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