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피 아난(63) 유엔 사무총장이 ‘집권 2기’ 청사진을 가다듬고 있다. 그는 임기만료를 6개월 남겨둔 27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만장일치 승인을 받아 아프리카출신으로는 처음 연임을 사실상 확정지었다.아난은 다음 임기 5년간을 ‘워싱턴의 인물’이라는꼬리표를 완전히 떼고 ‘유엔을 위한 총장’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1997년 1월 부트로스 부트로스갈리 전 사무총장의 연임을 반대한 미국을 등에 업고 사무총장 자리에 오른 뒤 자신에 대한 각국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1기 총장직취임당시 “평화정착과 인권신장”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아난은 최근에는 중동 등 분쟁지역의 평화유지 활동은 물론 가난과 에이즈 퇴치에 강한 의욕을보이고 있다.
또 미국을 중심으로 한 이라크에 대한 유엔 제재안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등 강대국 입김에 대해서도 경계를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제로 그는 4년6개월의 재임기간중 많은 회원국 대표로부터 ‘대화가 통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인물’ , ‘역대 최고의 사무총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재정난 해소를 위한 미납 분담금 문제와 조직의 군살빼기 등 유엔 개혁에도 비교적 성공했다.
반면 국제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과 직접 협상을시도해 비판을 당했고, ‘인도주의적 간섭’을 내세워 많은 나라의 주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받았다. 유엔 인권위 축출을 계기로 미국에서 유엔분담금 삭감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가나 출신인 그는 미국 MIT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1962년세계보건기구(WHO)의 예산담당관으로 유엔에 첫 발을 들여놓은 뒤 감사관 등 유엔 사무국의 요직을 두루 거친 실무관료형. 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때는 유엔총장 특사로 이라크에 억류된 서방인질900여명의 석방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국제기구에서 잔뼈가 굵은 만큼 영어와 프랑스어, 아프리카의 몇 개 언어 등 어학에 뛰어나다. 예술가이자변호사인 스웨덴 출신의 부인과 3자녀를 두고 있다.
이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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