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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 단순한 열정ㆍ포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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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 단순한 열정ㆍ포옹

입력
2001.06.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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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사람을 기다리는 일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사랑,내가 없을 때 전화가 올까 봐 밖으로 나가지 않는 것. 전화벨 소리를 못 들을까 봐 진공 청소기를 쓰지 않는 것.

다른 사람이 전화를 하면 그새그 사람이 전화할까 싶어 1분도 안 돼 대화를 끝내는 것. 그리고 그 사랑이 세상 사람들이 일컫는 ‘불륜’이라면 집착과 탐닉이 몇 배나 더 강해지는 것.

연하의유부남 A와 사랑에 빠진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65)가 그랬다. 여자는 남자와 함께 보낼 저녁을 위해 위스키와 과일을 사 두고, 관심을 끌만한 이야기들을 메모해 뒀다.

남자가 조금이라도 멀어졌다고 느끼면 숨쉬는 것조차 고통스러웠다. 아내가 있는 사람에게 전화를 할 수도 없고 편지를보낼 수도 없어, 그저 기다리는 것밖에는 할 수 없었다.

남자와 헤어진 다음 에르노는 그들의 이야기인 ‘단순한 열정’을 썼고, 그 솔직함에 세계 독자들은 경악했다.

그 ‘단순한 열정’을 읽은 청년 필립 빌랭(32)이 에르노를 찾아갔다. 청년은 자신보다 서른 세 살 많은 작가와 사랑에 빠졌다.

여자와 함께 한 5년 동안 청년은 기억속 남자 A와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고 미칠듯이 질투했다. 청년은 여자의 사랑이 ‘단순한열정’을 재연한다는 데 좌절하고 고통스러워했다.

에르노와빌랭의 사랑이 끝나고, 이번에는 빌랭이 아니 에르노와의 사랑 이야기인 ‘포옹’을 썼다.

그는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처럼 ‘진실한 이야기’를 썼을 뿐만 아니라 에르노의문체까지도 치밀하게 따랐다.

빌랭은 독창성이라는 개념을 스스로 반납하고, 기꺼이 에르노의 ‘모방’이 되기를 감수했다.

아니 에르노의‘단순한 열정’과필립 빌랭의 ‘포옹’이함께 출간됐다. ‘단순한 열정’은 8년 전 국내에 소개되어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킨 작품이다. 저작권 계약을맺은 출판사가 두 연인의 소설을 나란히 내놓았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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