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ㆍ일 월드컵 개막을 1년도 채 안 남긴 지금 우리 축구계와 국민은‘성공적인 개최준비’에만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이제는 월드컵 유치후한국축구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도 가질 때라고 생각한다.지난해 시드니올림픽과 최근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의 실패로 우리 축구는 퇴보하는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평가할 때 외향적 변화도 많았다. 우선 월드컵 유치 당시인 1996년과 비교해 초등학교는 144개팀에서271개, 중학교가 147개에서 194개, 고교가 105개에서 114개로 늘었다.
대한축구협회 예산은 60억원에서 130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고잉글랜드 브라질 독일 등 축구선진국에 유학가 있는 유ㆍ청소년은 30여명이 넘는다. 축구전용구장이 7개나 새로 생기고 대표팀 전용훈련장에 이어 올하반기엔 전용 트레이닝센터도 완공돼 인프라에서도 큰 발전이 있었다.
그럼에도 우리 축구는 내용적인 면에서의 발전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최근의 몇가지 변화는 한국축구가 이제 양적 발전에서 질적 발전으로 바뀌기 시작했다는 중요한 신호로 해석할 만 하다.
지난 주에는 경기 용인시가 허정무 전대표팀감독과 함께 중ㆍ고생들을 대상으로 한 용인축구센터를 건립한다고 발표했다. 경남 남해군은 지난 11일부터 초등학생들을 위한 축구클럽을 운영하기시작했다. 이제 국내에도 축구전문 교육기관이 자생적으로 생김으로써 유ㆍ청소년들이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을 받게 됐다는 사실은 한국축구 100년사에서가장 획기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또 지난 해 카이사(한국유소년축구회)가 일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하기 시작한 축구교육 프로그램도 그러한점에서 의미가 크다.
허정무 전 감독은 지난해 대표팀에서 물러나면서 “기본기의중요성을 새삼 절감했다. 앞으로 유ㆍ청소년 축구교육을 위해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최고 실력의 대표선수들을 교육하면서 허 전 감독이 느낀 ‘기본기 부재의 한국축구’는우리 축구의 과거였고 현재이다. 그것은 잘못된 교육의 결과였고 남해군과 용인시의 결단은 바로 이러한 ‘잘못’을바로 잡자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용수 협회 기술위원장은 올해 초 ‘한국축구비전 2010’을 내놓았다. 한국축구가 2010년에 ‘세계10강’에 가기 위한 계획안이다. 그러나 지금 일고 있는 자생적인작은 변화는 ‘비전’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일기 시작한 ‘변화의물결’이 한국축구의 큰 틀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유승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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