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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産 '패륜게임' 인터넷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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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産 '패륜게임' 인터넷 확산

입력
2001.06.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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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김모(40ㆍ여)씨는 얼마 전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 방에서 흘러 나오는 해괴한 신음소리에 방문을 열어보고는 깜짝 놀랐다.컴퓨터 화면 속에는 게임의 남녀 주인공이 뒤엉켜 포르노 못지 않은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던 것. “친구들도 다 하는 컴퓨터 게임일 뿐”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아들을 보며 그는 “음란물을 보는 거라면 차라리 마음이 놓이겠다”고 털어놓았다.

근친상간이나 동성애,강간 등 왜곡된 성(性)을 소재로 한 일본판 패륜게임이 불법으로 유입돼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미소녀게임’, ‘야겜’, ‘변태겜’, ‘뿅빨 슈팅성 비주얼’ 등 어원을 알 수없는 갖가지 제목으로 떠돌고 있는 이들 게임 대부분은 예쁘장하게 생긴 소녀 주인공을 빈 방, 지하철, 공장 등에 가둬놓고 강간에 성공하면 이기는 방식.

불법 CD 등을 통해 비밀스럽게 유포됐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와레즈 사이트나 일본 게임 동호회 등을 통해 누구나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최근 강간을 소재로한 게임 ‘감금’을 친구에게 얻었다는 중학생 정모(13)양은 “친구끼리 ‘몇명까지 성공했는가’로 경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10대 회원이 대부분인 한 인터넷 동호회에는‘난 어제 3명을 성공했다’, ‘어제는 엄마에 누나, 선생님까지 2시간 만에 끝냈다’, ‘최고의 음향효과와 3D가 가미된 야한 장면이 나오는 게임 추천’ 등의 글이 수없이 올라 있으며, ‘무삭제판 2개와 신프로를 맞교환하자’는등 게임을 구하려는 청소년으로 붐빈다.

최근에는 초등학생 집단 살인사건, 소녀감금 사건 등 일본에서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소재로 한 엽기적인 게임까지 떠돌고 있는 상태다.

컴퓨터생활연구소 어기준(魚起準ㆍ35)소장은 “게임의 경우 청소년 스스로 감정을 이입하고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데다 현실에서 불가능한 온갖 성행위를 보여줄 수 있어 자극의 정도가 음란 동영상보다 심하다”고 말했다.

청소년세계의 상담실 조민자(曺敏子ㆍ38) 실장은 “패륜게임에 빠져 있는 청소년의 상담사례를 보면 여학생이 강간게임에 몰입하거나 여성을 단지 성욕 분출용으로 인식하는 등 성 정체성이 통째로 흔들리고 있다”고지적하며 “이대로 가다가는 인륜마비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떠도는 패륜게임에 대한 규제나 대책은 전무한 상태. 특히 파일공유 프로그램이나 인스턴트 메신저 등을 이용해 PC에 저장된 게임을 일대일로 맞교환하는 것은 단속할 방법이 없다.

정보통신부 홍성완(洪性完ㆍ30) 사무관은 “신고가 들어오는 경우 프로그램 삭제나 게시판 폐쇄 등이 유일한 대처 방법”이라며“사업자가 국외에 있어 근본적인 통제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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