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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프랑스영화제 첫 방한 장 자크 베넥스 "우울증 걸려 한동한 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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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프랑스영화제 첫 방한 장 자크 베넥스 "우울증 걸려 한동한 뜸했습니다"

입력
2001.06.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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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하수구에 뜬 달’ ‘로잘린과 사자’ 같은 영화의 실패 때문만은 아니다.‘인생이 왜 이런가’ 자문해 보는 50대. 갑자기 욕구가 없어졌다. 외로웠다. “기술은 최고로 발달했는데, 사람의 감정은 예전과 같기 때문에 초조하고 파괴하고 싶은 욕망. 우울증은 이렇게 찾아왔다. 사회가 우울증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공허함을 메우기 위해 음악도 배우고, 다큐멘터리도 찍었다. 소용없었다. 어느날우연히 읽은 한 권의 책. 공교롭게도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의 이야기였다.

오랜만에 많이 웃었다. 우울증의 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었다. 한 인간이어떻게 우울증에서 벗어나는지, 어떻게 끔찍한 상황을 탈출하는지를 영화 로 옮기면서 자신도 함께 탈출할 수 있었다. 긴 시간이었다.

‘IP5’(1992년) 이후 8년 만에 ‘죽음의전이’ 로 다시 일어선 ‘디바’ ‘베티블루 37.2’ 의 프랑스 장 자크 베넥스(55) 감독.

제1회 서울프랑스영화제(29일까지)를위해 처음 한국을 찾은 이 우수어린 감독은 시인처럼, 철학자처럼 조용히 말했다.

“위기는 극복할 수만있다면 많은 것을 가져다 준다. 앞으로 다시 영화를 그만둔다면 그때는 나이를 너무 많이 먹어 죽게 되는 날일 것” 이라고.

‘죽음의 전이 ’는 무기력 나날을보내는 한 정신분석학자와 그에 얽힌 살인사건을 다룬 심리 스릴러물이다. 히치콕의 냄새도 난다.

베넥스 감독은 그러나자신있게 말했다. “내 영화가 좀 더시적이며 사랑, 성에 관한 표현도 히치콕보다 더 낫다고 했다. 심각한 분위기를 비트는 유머를 가미했고 시각적인 장치도많다.

‘살인과 속죄’ 말고 이 영화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이야기는 외디푸스콤플렉스이다.한국 관객이 느낄 수 있을지 궁금하다. 그것은 매우 인간적인 것이지만, 좀 더 서구적 문화이기 때문이다.”

베넥스 감독은 “예술가는 정형화한것을 싫어한다” 며 자신의 영화를 열정, 광기, 끼 넘침, 미적인 컬트로 규정했다.

때문에 그의 영화는 틀,구성, 주제, 음악, 색깔, 심지어 틀 밖의 것들까지 중요하다. 그것으로 그는 현실을 재창조하기도 하고 승화하기도 한다고 했다.

달라진 것은 없다.이제는 좀 더 철학적이라는 것뿐. 대중성과의 거리를 걱정하자 “개의치 않는다” 고 했다. “이미많은 사람들이 내 영화를 받아들였다. 그들을 위해 영화를 만든다.”

영화는 ‘영감’ 으로 만들고, 그 ‘영감’ 은 작업을 하면서 찾아낸다는 그는 2년 전부터 피아노를 배우고 있다.

영화인생 20년을 정리하는 책도 쓰고 있다. 6편의영화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그것으로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했는지, 제작 당시 정치ㆍ사회적 상황은 어땠는지, 영화와 예술의 다양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은무엇인지를 진솔하게 담는다.

내년에야 완성될 텐데 벌써 미국, 일본과 출판계약까지 맺었다. “무척 열망했지만그동안 오지 못해 안타까웠다.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영화에 대한 그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짧은 머리 , 깊은 눈빛 장 자크 베닉스. "감독이 아니었으면 그림을 그리고 있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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