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탈출한 장길수(17)군 가족의 한국행 문제를 둘러싸고 중국과 남북한, 유엔간에 4각 외교전이 전개되고 있다.특히 이번 사건은 표면적으로 탈북자의 난민인정 요구에 대한 국제 사회의 인도적 처리 여부가 관건이지만 이면에는 관련국간 외교적 실리 문제가 얽혀있어 해결에 난산이 예상된다.
■ 중국입장
난민 인정에 대한 칼자루를 쥐고 있는 중국은 사건 발생 이틀이 지났는데도 사태 해결을위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상황만은 아니다. 다음달 13일모스크바에서의 올림픽 개최지 선정 표결을 앞두고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려는 중국으로서는 이번 사건이 자국 내 인권 상황을 들춰내는 계기로 작용할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월 러시아 국경에서 체포된 탈북자 11명의 처리 때와는 달리 이번 사건은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을 통해 공론화한 경우여서 중국이 국제사회로부터 받는 여론의 압력은 한층 더하다.
제네바 주재 중국대표부가 26일 UNHCR 측과의 대화에 즉각 응한 것은 국제적 여론을 의식한 결과로 해석된다.
남북한과의 관계에서도 외교적 실리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1986년 북한과 체결한 의정서에 따라 중국에서 체포된 탈북자는 모두 북한으로 송환해 왔다.
중국이 이번 사건도 전례대로 처리할 경우 한국과의 관계 훼손을 상당부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홍콩의 일간 밍바오(明報)는 27일 “이번 사건 처리 문제는 중국정부가 진퇴양난에 빠질 만큼 두통거리가 되고있다”고 밝힌 것은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중국은 일단 올림픽 개최지가 결정되는 ‘7월 21일’까지 처리를 미루다 국제 사회의 여론 추이를지켜보면서 길수군 가족에 대한 북한 송환이나 제3국 추방 등 외교적 수순을 결행할 가능성이 높다.
UNHCR 입장 UNHCR는 당초 사건이 표면화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중국 정부와의 외교적 마찰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국제적으로공론화한 시점에서 인도주의의 실천을 모토로 하는 UNHCR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중국과의 협상을 통해 길수 가족에게 안전한 도피처를 제공하는것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UNHCR측은 당분간 이들을 보호하면서 중국측에 난민 인정을 요청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UNHCR의 론 레드몽 수석 대변인은 26일 “우리는 이들이 망명을 인정 받을 자격이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UNHCR측은 특히 길수군 가족이 경제적 문제로 국경을 넘은 다른 탈북자들과는 달리 북한 사회를 정면 비판한 화보집을출판해 북한으로 송환될 경우 박해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부각시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즉 정치범의 범주로 보고 난민 지위가 부여돼야한다는 것이다.
■ 한국입장
27일 외교통상부 대책반을 가동하기 시작한 정부는 ▦북한 강제송환 불가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희망정착지 결정 ▦난민인정은 중국의 주권사항이지만중국의 난민지위 부여 촉구 등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당국자들은 다음달 중국의 올림픽 유치가 결정되는 주변상황도 이 문제 해결에 유리하게 작용할것으로 보고 있다.
먼저 정부는 중국측이 UNHCR의 판정과 길수군 가족의 의사를 존중하는 현실적인 대안을 선택하도록 중국정부와 UNHCR를 상대로외교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난민 지위를 부여한 선례가 없어 사태를 낙관하지는 않고 있다.
중국측이 난민지위 부여를 피하는 대신이들을 제3국으로 추방, 한국행을 가능하게 하는 방안을 선택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는 눈치이다.
외교부 대책반장인 추규호(秋圭昊) 아태국장은 “중국은과거 선례와 국제적인 이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도 이 문제와 관련해 중국 외교부와 접촉, 이들의 조기 송환 입장을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길수군 가족 성명 전문 1004406
김승일기자
ksi8101@hk.co.kr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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