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몫은 자기가 부담한다는 ‘더치 페이(Dutch-pay)’가 왜 네덜란드에서 유래했는지는 분명치않다. 통상 네덜란드인들의 뿌리깊은 상업적 전통에서 계기를 찾지만, 현 경제제도와 사회구조에서도‘더치 페이’의 함수관계는 발견된다.네덜란드는 국가에의한 소득재분배 기능이 강력하게 작동하는 나라다. 개인들은 소득의 40%, 많게는 70%까지 세금을 내야하고, 이 돈은 노인 장애인 실직자 학생 등 소득이 없는 사람들에게 이전된다.
엄청난 세금을내면서, 혹은 생계비를 국가에서 타 쓰면서 고만고만한 생활수준을 영위하는 사회구조하에서 남의 몫까지 대신 지불해 줄 만큼 통 큰 사람은 별로 없다.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준다는 인식은 존재하지 않으며, 생활능력이 있는 자녀라면 부모와 함께 살더라도 방값 정도는 ‘더치페이’하는 게 관행이다.
‘더치페이’의 정반대편엔 ‘코리언 페이’가 있다. ‘쏜다’ 문화, ‘한턱’문화다. 인정많은 민족정서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지만, ‘코리언 페이’는 분명 한국만의 독특한 경제사회 시스템의 산물이다. 만약 부의 대물림이 억제되고 누구나 스스로의 능력과 노력에 의해 살 길을 개척해야한다면 지금처럼 쉽게 ‘한턱’을 낼 수는 없을 것이다.
촘촘한 조세의그물로 ‘눈먼 돈’의 획득여지가 사라진다면, 모든 것이 예측가능해져 일확천긍의가능성이 희박해진다면, ‘기분파’형 지출 행태는 줄어들 것이다. 소득재분배기능이 제대로작동해 빈부격차가 줄어든다면 내 몫까지 남에게 부담시키는 것을 당연시하는 풍토도 사라질 것이다.
‘더치페이’가 야박한 관행이라면 ‘코리언 페이’는 정이 넘치는 생활방식이다. 그러나 ‘더치 페이’가 투명하고 공평한 제도의 산물이라면 ‘코리언페이’는 도덕적으로 해이한 구조의 상징일 수 있다.
이성철 기자
암스테르담에서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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