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당국자가탁상공론만 할 게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는 것 아닌가요?”27일 오전 서울대문화관에서 만난 S여고의 한 교사는 답답하다는 듯 연신 고개를 내저었다. ‘공교육 백년을 위한대안, 국민대토론회’라는 거창한 이름을 내걸고 전날에 이어 이틀째 진행된 토론회 자리였다.
이날 오전10시30분에 시작된 토론회의 주제발표자는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의 정책담당자들이었다.
미리 배포된 자료집에는 ‘공교육붕괴의 원인과 대책’은 물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제7차 교육과정’에대한 얘기도 있었다. 알음알음 토론회 소식을 접한 현직 교사 20여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교육당국자와 현장 교사들이 토론회 자리에서 허심탄회하게 서로의 얘기를 주고받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는 결국 헛된 것이었다.
1시간으로 예정된 토론회에서50분 이상이 발제문 낭독에 할애됐고, 사회자는 “다음 주제의 토론으로 넘어가자”며 토론종료를 선언했다.
방청석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온 뒤에야 겨우 발언권을 얻은 한 교사가 교사 수급문제를 질문했지만 교육부 관계자는 ‘준비된답변’으로 능숙하게 비껴갔다.
휴식시간 동안교육당국자들은 “바빠서”라는 말만 남긴 뒤 총총히 토론회장을 떠났고 교사들 역시 한숨을 내쉬더니 발걸음을돌렸다. “이런 토론회, 백날 하면 뭐합니까? 교육당국자가 교사와학생의 소리를 외면하는데….”
전날은 학생과학부모, 교사들의 발제와 토론이 있은데 이어 이날은 교육 전문가 외에 언론, 정치 등 각 분야별 전문가의 발제와 토론이 계속됐다. 그러나 교육부관계자는 아무도 없었다.
양정대 사회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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