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에서는세계적인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백남준(69)씨의 개인전(9월 23일까지)이 열리고 있다.현지 언론에서 극찬하고 있는 이 전시회(한국일보 5월 17일자 23면 보도)를 백씨의 유치원 친구이자 평생지기인 수필가 이경희(69)씨가 보고 왔다.
지난 해 ‘백남준 이야기’로 제19회 현대수필문학상을 수상한 그의 관람소감을특별기고를 통해 소개한다.
스페인 북쪽, 바스크주에 있는조그만 항구도시 빌바오. 철광과 제철소로 우중충하기만 했던 이 도시에 자리한 구겐하임 미술관이 백남준의 예술을 소개하겠다고 나섰다.
‘백남준의세계’라고 쓴 현수막이 마치 미술관의 일부인 양 그 아름다움을 더욱 눈부시게 하고 있었다.
전시공간에 따라 다르게 펼쳐지는‘백남준의 세계’는 돌아가는 영상만큼이나 새롭고 경이롭게 느껴졌다.
특히 이번 전시회를 위해 제작한 ‘레이저 콘, 2001’은관람객이 천정에 매달린 천으로 된 종(鐘) 밑에 들어가 여러 가지 빛깔의 레이저를 즐길 수 있도록 한 새로운 작품이었다.
‘백남준의멀티미디어 아트 앞에 미술관 무릎을 꿇다.’ 이런 표제의 현지 신문들은 백남준에 대한 극찬의 글을 문화면 전체에 소개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인백남준’은 휠체어에 실린 채 미술관 단상에 올라가 열광적인 박수를 받으면서도 아무런 표정을 짓지 못했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지 벌써 5년.
마비된 좌반신과 약해져 가는 시력에도 쉬지 않고 창작의 열정을 불태우고 있으니 표정인들남아 있을까.
“내얼굴 많이 부었지? 이 병은 재발하면 안된데.” 빌바오를 떠나는 날 아침, 백남준이 재차 나에게 한 말이다.
건강의 한계를 의식하면서도 끊임 없이 조국 대한민국의 이름을빛내주고 있는 그의 새로운 작품을 앞으로 얼마나 더 보게 될까.
서울 올림픽공원에 세우기로한 백남준 미술관은 기공식까지 마치고도 몽촌토성과 가깝다는 이유로 언제 완성될 지 모르는 상태다.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을 찾는 관광객이 한 해에쓰는 돈은 무려 320억 페세타(2,240억원). 이런 차원에서라도 백남준 미술관은 시급히 건립돼야 한다는 것을 빌바오에서 더욱 간절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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