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이래 줄곧 세계정상을 지켜온 ‘알프스소녀’ 마르티나 힝기스(21ㆍ스위스)가 세계랭킹 1위 자리를 내줄 처지에 몰렸다.톱시드 힝기스는26일 새벽(한국시간) 올잉글랜드론테니스클럽 센터코트에서 열린 윔블던테니스 여자단식 1회전서 복식전문가로 통하던 세계랭킹 83위 버지니아 루아노파스쿠엘(28ㆍ스페인)에게 0_2(4_6 2_6)로 완패, 99년 이후 2년만에 2회전 진출에 실패했다.
여자단식에서 톱시드가 윔블던 1회전서탈락하기는 대회 사상 4번째로 그 가운데 절반을 힝기스가 기록하는 불명예를 떠안게 됐다.
최근 극성스러울 정도로 딸을 보살폈던 어머니 멜라니 몰리터와의 결별 때문이라는추측이 난무한 가운데 힝기스는 부진을 묻는 질문이 쏟아지자 잠시 울먹이기까지 했다. 힝기스는 “허리부상으로 일주일째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윔블던을 빠뜨릴 수 없어 참가했다”고 핑계를 댔지만 세계랭킹 1위를 지킬 수 없을 지도모른다는 질문을 받자 “그럴리가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힝기스의 탈락으로 4번시드 제니퍼 캐프리애티(25ㆍ미국)는 결승전까지까다로운 상대를 피할 수 있게 됐다. 89년 슈테피 그라피(독일) 이후 12년만에 4대 메이저대회를 한 해에 동시석권하는 ‘그랜드슬램’ 도전길이 한층 밝아졌다.
캐프리애티는 이날 마리아 알레얀드라 벤토(27ㆍ베네수엘라)를 2_0(6_3 6_2)로 가볍게 꺾고2회전에 진출했다. 15세 때 4강까지 올랐던 캐프리애티는 기자회견장서 힝기스의 패배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답변을 회피한 뒤 “라커룸부터시작해 10년전과 모든 게 달라졌다.
또 그때는 힝기스가 없었다”고 말했다. 힝기스는 우승후보에 대해 “비너스 윌리엄스보다는 캐프리애티가 더 확률이 높다”는 말을 남겼다. 올해 윔블던은 힝기스시 대가 저물고, 캐프리애티 시대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
윔블던(영국)=정원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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