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님표 이천쌀’ ‘안성마춤쌀’ ‘대왕님표’ ‘화성수라청’…국내에서 가장 밥맛이 좋기로 유명한 경기미(米)의 브랜드들이다. 지금까지잘 알려진 쌀 이름에다 ‘임금님표’ ‘맞춤’이란말을 덧붙여 자체 상표화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차별화를 통해 고수익을 올리기 위한 전략이지만 너도 나도 이름을 짓다보니 자체 상표가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혼란만 주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이름 너무 많아 소비자 혼란
쌀의 브랜드화를 처음 시도한 곳은 경기지역에서도 품질 좋기로 유명한 여주군과 이천시. 이들 지자체는 1995년부터 독자 상표를 개발, 서울 등 대도시에서 인기를 끌었다.
이에 자극받은 도내 6개 시·군은물론 미곡처리장을 갖춘 8개 시·군 농협 마저도 자체 상표를 개발, 배포하는 바람에 상표를 부착한 경기미는 현재 30개를 넘어섰다.
최근에는 경기 도지사가 자체 우수 쌀을 선정해 ‘G마크’를 부여했고, 농업기술원도 경기미의 우수성을 알리기위한 이름을 공모해 ‘경기으뜸미’ ‘미소’ ‘일등경기미’ ‘경기햇쌀’ 등 4개를 선정했다.
경기미의 자체 상표가 난립하는 것은 다른 지역 쌀보다 높은 가격을 받을수 있기 때문. 미질이 좋은 경기미는 20㎏들이1포대당 5만7,000원선에 판매되는 등 전북, 경남지역에서 생산되는 쌀보다 최고 20~30% 더 비싸게 판매되고있다.
그러나 부작용도 적지않다. 각 상표는 지역 특성만 강조했을 뿐, 미질과직접 상관이 없어 소비자들에게 선택상의 혼란을 안겨준다. 또 상표가 많다 보니 다른 지역 쌀마저 슬그머니 경기미로 둔갑해 팔리기도 한다.
도내 한 농협 직원은 “경기도에서 생산되는 쌀은연 58만2,000여톤으로 서울, 경기, 인천 주민들이 4~5개월이면 모두 소비할 수 있는 적은 양”이라면서“충청과영·호남지역에서 생산되는 쌀도 경기미로 둔갑해 팔리고 있으니 소비자들은 상표선택을 잘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실제로 농산물 품질관리원 등은 지난해 타 지역에서 생산된 쌀을 경기미로 속여 판매한 50여건을 적발했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상표난립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방법은 일본식으로 품종 중심의 브랜드화. 일본은현(縣) 단위로 지역별 대표 품종을 선정한 뒤 브랜드화하고 판매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니아가타는 ‘고시히까리’, 아키타는 ‘아키다코마치’, 미야기는 ‘히또메보레’ 식으로 지역과 품종을 묶어자체 상표를 개발했다. 브랜드 가치가 높은 이런 쌀들은 일반 쌀보다 최고 3배 이상 높은 가격으로 팔린다.
경기도 최형근(崔衡根) 농산유통과장은 “경기미를찾은 소비자들에게 품질별로 상표를 통합, 단일화해줘야 선택의 혼란도 막고 궁극적으로 제 가격을 받을 수 있다”고말했다.
송두영기자
d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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