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물가가 4%밖에 오르지 않았다고 하는데 장바구니 물가는40% 는 오른 것 같다.”한동안 안정세를 보이던 물가가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공공요금의 잇단 인상으로 정부가 당초 목표한 3%내 억제는 이미 물건너 가는 분위기이다.또 정부가 집계한 올해 5월말 현재 물가상승률은 5.4% 수준이지만 실제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물가는 이보다 휠씬 높은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정부(통계청)가 발표하는 소비자물가 지수와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물가 사이에는 왜 이처럼 엄청난 괴리가 있는 것일까. 일부 주장대로 소비자물가 지수가 엉터리로 측정돼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일까.
이에 대해 재정경제부와 통계청은 한결같이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소비자 물가지수는 통계원칙에 따라 100% 완벽하게 집계되지만,물가지수와 체감지수의 화해할 수 없는 괴리 때문에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실제로 통계청은“물가지수는 엉터리”라는 비난이 잇따르자 아예 홈페이지에 ‘발표물가와 체감물가나 차이 나는 이유’를 정리해 올릴 정도이다.
체감 물가는 심리 물가통계청에 따르면 지수물가와 체감물가가 차이 나는 주된 원인은 지수물가는 물가통계에 편입되는 509개 품목의 평균 변동인 반면 체감물가는 직업,나이, 소득에 따라 개인마다 다르게 느끼는 심리적 물가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가정 주부는 채소, 과일,생선 가격에 민감하고 양주,맥주 가격에는 무관심한 반면 직장인들은 오히려 그 반대라는 것이다.
지역적 편차와 소비자들의 자기중심적 경향도 지수물가와 체감물가의 괴리를 확대시킨다. 집중호우로 채소와 과일의 반입이 줄어든 지역의 주민은‘물가가 폭등했다’고 불평하지만 반입이 원활한 지역 주민은 오히려‘과일값이 안정됐다’는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
또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한 포기에 1,000원하던 배추값이 7,000원까지 급등했다가 다시 하락해도 여전히 배추가격을 7,000원으로 기억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통계청 물가통계과 정규남 과장은“주부들의 ‘장바구니 물가’를 반영하기 위해 154개 기본생필품을 모아 ‘생활물가지수’를, 채소와 과일 등47개 품목을 모아 ‘신선식품지수’등을 따로 작성하고 있지만 여전히 체감물가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재경부와 통계청이“100% 완벽한 방법으로 집계된다”고 자신하는 물가통계는 어떤 절차를 거쳐 조사될까.물가통계는 매월 115명의 통계청 조사원들이 전국36개 도시,1만2,000개 업소를 직접 방문해 509개 품목의 가격을 조사한 뒤 작성된다.
굳이 509개 품목을 조사하는 이유는 수많은 소비 품목 중 국민들의 월 평균 지출비중이‘1만분의 1’ 이상 되는 품목이 509개이기 때문이다.
농ㆍ축ㆍ수산물은 한 달에 3번,공산품이나 서비스품목은 한 달에 1번 조사가 이뤄진다. 통계청 정과장은 “조사의 신뢰성을 유지하기 위해 일용직 조사원을 사용하지 않으며, 모든 조사요원이 정규직 전문 공무원”이라고 말했다.
매월 실시되는 물가조사와 함께 국민의 장기 소비패턴 변화에 대한 통계도 작성된다. 국민들의 소비행태 변화를 측정하기 위해 전국에 걸쳐5,500개 표본 가구가 선정돼 매월 소비동향을 조사원이 직접 조사한다.
이렇게 선정된 표본가구의 소비동향을 분석,물가통계에 사용되는 품목별 가중치가 산정되는데 현재 사용되는 가중치는1995년 자료이다.
재미있는 것은 표본으로 선정된 가구 대부분이 처음에는 ‘사생활 침해’ 등을 이유로 조사를 거부한다는 점이다.이에 따라 표본으로 지정된 뒤 3개월 가량의 설득기간이 필요하다.
통계청 관계자는 “통계법 규정에 따라‘조사내용의 비밀은 절대 유출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설득작업과 함께 분기마다 표본 가구에 시가로 1만~2만원 가량의 커피세트나 주방용품을 선물한다”고 말했다.
가격을 조사하는 상점도 도ㆍ소매업 통계조사의 매출자료에 따라 5년마다 달라진다. 예를 들어 재래시장이나 백화점 대신 할인점의 매출이 크게 늘어났다면 할인점에 속한 상점의 비중이 그만큼 커지게 된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통계청 물가통계
통계청은 5년마다 물가통계를 바꾼다. 기술변화와 소득증가에 따라 국민들의 소비행태가 달라지므로 통계에 편입되는 품목과 품목별 가중치를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물가통계에 어떤 품목이 어떤 비중으로 편입됐는가는 시대상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1965년 이후 소비 다양화로 물가통계 편입 품목이 꾸준히 늘고 있다.1965년에는 284개였으나 1970년 338개, 1990년 470개로 증가한데 이어1995년에는 509개로 늘었다.
품목별 가중치도 급변했다. ‘
먹는 문제’가 절실했던 65년에는 전체 품목 중 쌀이 차지하는 비중이22.87%에 달했으나 지금(95년)은 그 비중이 2.76%로 감소했고, 65년 4.8%이던 연탄도0.09%로 줄었다. 반면 육류소비가 늘어나면서 쇠고기(65년 2.26%→95년 1.88%), 돼지고기(0.85% →0.83%)의 가중치는 큰 변화를 겪지 않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