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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현장21 / "영화관에서 떠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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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현장21 / "영화관에서 떠들자"

입력
2001.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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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조련사가 뭐야?” “사자같은 동물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이야.”“어떻게 됐대? 어떻게 된 거야?”“죽었대. 이제 죽었나 보다.” “누가? 엄마, 누가 죽었어?”

컴컴한 영화관 객석, 곳곳에서 아이와엄마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여왕과 새 조련사에 관한 에피소드가 스크린에 펼쳐지는 순간 조련사가 무엇인지 모르는 꼬마는 곧장 질문을 던졌다.

영화관에서 수다를 떨어봤으면…. 누구나한 번쯤 해 봤을 상상이 현실에서 이뤄졌다. 일요일인 지난 24일 오후 프랑스 애니메이션 ‘프린스 앤 프린세스’(감독 미셸 오슬로)를 상영하는씨네큐브 영화관(서울 종로구 신문로1가).

60여 명의 관객 중에는 부모를 따라온 꼬마가 눈에 많이 띄었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어린이 관객을위해 28일까지 매일 2회(오후 2시30분, 4시) 마련되는 ‘71분간의 수다’라는 특별상영 시간이었다.

영화사 백두대간 김주리 마케팅 팀장은“프랑스어 영화를 더빙 처리 하지 않고 한글자막으로 번역했기 때문에 꼬마들이 줄거리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웠다”며 “모르는것은 그 자리에서 부모에게 물어보며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그러나 조명이 꺼지고 한동안 기대했던말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조용히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기가 쉽지 않아서였을까.

그러나 영화 시작 약 15분만에 작은 외침이 터져 나왔다.“엄마, 맛있겠다!”6개의 에피소드 중 3개가 끝나자 ‘서로 이야기를 나누세요’라는 자막이 나오면서 1분간의 휴식시간이 주어졌다. 몸을 흔들면서떠드는 어린이들, 부모 품에 안겨 귓속말을 나누는 아이도 있다.

약혼한 공주와 왕자가 마법의 키스를통해 변신을 거듭하다가 서로 상대의 모습으로 바뀌게 되는 마지막 에피소드에 이르자 침묵은 완전히 사라졌다.

“뭐야? 뭐야?” “뽀뽀 해서 나비가됐네.” “기린이 코끼리 코에 뽀뽀 했어. 입에 뽀뽀를 해야 변하지.” 눈치 볼 필요도 없고, 어느 누구도 ‘조용히 하라’고 주의를 주지 않았다.집에서 가족끼리 둘러앉아 비디오를 볼 때 같은 모습이었다.

아들(초등 4년)과 함께 온 강미경(36ㆍ여)씨는“아이들은 호기심이 많아 영화를 보면서 질문을 많이 하지만 대답해줄 수 없어서 답답함을 느낄 때가 많았다”며 “여기저기서 떠드니까 산만해지기는했지만 즉석에서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주변이 시끄러우면 영화에 몰입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런 방식을 보편화하기는 어렵지만28일까지 관객들의 반응을 봐서 확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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