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교토(京都) 의정서 탈퇴 근거로 내세운 논리가 타당성이 없다는 연구가 속속 발표돼 조지 W부시 정부에 타격을 가하고 있다.내달 독일 본에서 열리는 지구온난화 국제회의를 앞두고 각국 실무협상이 시작된 26일 앞으로 10년이지나도 미국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최대 오염국가로 남아있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미 워싱턴의 환경 단체인 세계자원연구소(WRI))가 작성한 ‘미국, 개발도상국 그리고 기후 보호’라는 제목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과거 100년간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한 국가였으나 현재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는 1900년부터 1999년까지 세계 인구의 20%를 점유하고 있는 선진 공업국들이 화석연료사용으로 세계 이산화탄소 방출량의 63%를 배출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30.3%를 내뿜어 수위를 차지했으며, 유럽연합(EU)은22.1%, 부시 정부가 이산화탄소 배출 우려국가로 지목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는 각각 7%와 2%에 그쳤다.
현재도 미국은 최대 오염 국가이다. 1999년 기준으로 미국은 인구 1인 당 5.6톤의 이산화탄소를배출했으며, 이는 인도의 20배, 중국의 10배나 되는 것이다.
부시 정부는 교토 의정서가 개발도상국들에 대해서는 규제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주요 탈퇴이유로 내세우고있지만 향후 10년간 미국은 개도국보다 훨씬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것으로 예상돼 이 같은 주장이 그다지 설득력이 없음이 드러났다.
미국은 연간 3억 톤의 증가가 예상되는 반면, 인도와 중국을 합쳐도 5억7,000만 톤에 그쳐 2010년이 되어도 이 두 나라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미국의5분의 4에 머무를 것이란 추산이다.
한편 보고서는 중국은 1997~1999년에 에너지정책 변화를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7%나 줄였으며이는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프린스턴 대학 연구팀은 22일 과학잡지 사이언스를 통해 미국의 삼림과 농지, 강 등이 흡수,자연적으로 정화되는 이산화탄소 규모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적을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미국 정부는 자연적으로 정화되는 이산화탄소의 규모도배출량 규제 산정 기준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연구팀은 북미 지역의 삼림 성장이 거의 한계에 이르러 앞으로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이 크게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며 연간 15억 톤에 달하는 미국의 배출량 중 4억700만 톤~7억8,100만 톤 정도를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WRI는 장기적으로는 부시 정부의 주장대로 개발도상국들이 방출하는 온실가스가 늘어날 것임에는 틀림없지만현재로서는 기후변화에 역사적 책임이 있고, 재정 능력이 있는 미국 등 몇몇 국가들이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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