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佛事와 불가의 논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佛事와 불가의 논란

입력
2001.06.27 00:00
0 0

불교는 한국문화와 관계가 깊다. 고구려 백제 신라 사회에 수용된 이래 생활 깊숙이 스며들어 지금은 전혀 외래종교로 보이지 않는다.한국화된 불교는 사유방식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불경의 글귀가 일상의 말과 학술용어로 사용된 까닭에 그 말을 통해 생각하는 사유도 불교식이 많다. 심지어 서양종교의 용어를 불교의 개념을 따라서 쓰기도 한다.

■고려에 이르기까지 불교는 백성에게 커다란 호응을 받았다. 왕실사람과 귀족이 승려가 되고, 고승이 국사와 왕사가 되어 정신계를지배했다.

인간사의 모든 절차를 의지해서 불교 의식에 따랐다. 깊은 신앙과 정성은 최상의 예술품을 낳게 했다.

불상을 중심한 불교조각의 예술성과 대웅전을 비롯한 절집의 아름다움은 오늘날 귀중한 문화재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면세전의 확대와 고리대 같은 경제활동은 국가 재정을 부실하게 만들어 주자학자들의 반감을 샀고, 그 결과 조선조의 척불 탄압을 초래했다.

■최근 전국 여러 사찰에서 속속 벌어지는 불사의 규모는 놀랍다. 대웅전만 덩그레한 고찰의 퇴락상은 사라지고 우뚝 솟은 건물과 대형 불상이 산등성이까지 넘겨보고 있다.

불사를 위한 모금도 많아 절집 입구에서 ‘기와불사’하라는 말이 풍경보다 먼저 들린다. 동종(銅鐘)에 올리던시주의 이름도 늘어나고 희사금도 액수가 커진 듯하다. 개금불사(改金佛事)로 인해 커다란 불상의 몸엔 금이 입혀져 호화롭기 그지없다.

■불사를 둘러싼 불가의 다툼이 세속까지 걱정을 끼치고 있다. 세상의 맺힌 일을 풀어줘야 하는 불가로선 체면 손상이 이만저만이아니다.

불사를 보는 관점과 방식이 다른 것은 어쩔 수 없으나 민족문화의 보고와 관련된 것을 염두에 뒀으면 한다.

고찰은 지금 그 사찰 수도승만의 것도 아니고 이 시대 승려만의 것도 아니다. 우리가 다음세대에 물려줘야 할 세계 문화유산이다. 결국 절로 흘러가는 돈이 사단의 원인인데, 그 돈은부처에게 가는 것이다.

부처는 어떻게 그 돈을 쓸 것인가. 불가와 세속이 앞으로 벌일 논란의 내용이 궁금하다.

최성자 논설위원 sjcho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