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의 안정환과 이탈리아에서의 안정환. 둘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페루자로의 완전이적 문제를 소속구단 부산 아이콘스와 협의하기 위해 일시귀국한 안정환의 모습에서 그런 변화가 확연히 느껴졌다. 1년전 이탈리아로 떠날 때 안정환은 어딘가 연약한 모습이었다.
이제 구릿빛 얼굴에 열정어린 눈빛의 안정환에게선 강인함이 묻어 나온다. 안정환은 시련을 통해 단련되고 강건해졌다.
“금방적응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은 너무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축구에 ‘이런 세계가 있구나’하는 경이로움과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처음 경험한 이탈리아 세리에 A는 그토록 가혹했다. 국내에선 거의 하지 않던 개인훈련을 시작했다.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팀 훈련시간에는 남보다 1시간 이상 일찍 나갔다. 서서히 자신감도 붙었고 출전시간도 늘어났다. 4월 하순이후 4경기서 4골을 몰아 넣기도 했다. 이제는 정말 프로가 됐다고 느낀다.
안정환은 이탈리아에서의 소득을 “10개월 동안 정말 많이 배웠다”는 말로 압축한다. 그는 한국선수들이 유럽 콤플렉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11명이 뛰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선수들의 기량은 결국 비슷해 진다.
처음에는 긴장도 됐지만 이제는 (세리에 A 선수들이) 나와 같은 선수라는 생각이 든다”며 경험에 비추어 말한다.
세리에 A서 배운 또 하나의 소득은 프로정신. “국내에서 주당 2경기를 소화했기 때문에 주 1경기를 치르는 이탈리아리그가 더 수월할 거라 생각했는데 큰 오산이었다. 국내경기보다 배 이상 힘들었다. 선수들 모두 정말 목숨을 걸고 열심히 뛴다.”
안정환이 프로가 되기로 결심한 때는 아주대에 진학하면서부터. 네살때 아버지가 별세, 홀어머니 밑에서 정말 어렵게 자랐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축구를 시작했는데 훈련비는 물론 식비도 못 냈을 정도였다. 고교를 졸업하면서 축구에 인생을 걸겠다는 결심이 섰다.
대학 1학년 때 우승격려금으로 몇 만원을 받았는데 축구를 시작해 처음 번 돈이었다. 프로(부산 대우 입단)가 되면서 돈 걱정은 없어졌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축구에 대한 철학이 생겼다는 것. “축구는 늘 새롭게 변하고 한계가 없이 발전하기 때문에 도전할만 하다.” 그는 세리에 A서 이러한 사실을 더욱 절감했다.
안정환은 요즘 또 한번의 고비를 맞고 있다. 이제 세리에 A에 자신감이 붙었고 구단에서도 주전을 보장하겠다고 했지만 부산 구단이 완전이적에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안정환의 표현대로 “자신을위해 헌신할 수 있는 이상형의 여인” 이혜원(22)씨와의 결혼도 미뤘다. 자신에게 지금가장 중요한 것은 결혼보다도 세리에 A에서의 성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유승근기자
usk@hk.co.kr
이준택기자
nagne@hk.co.kr
■"월드컵위해 보내줘야" 여론
이적협상은 완전이적이 난관에 부딪치게 된 까닭은 이적료의 차이 때문. 안정환의 소속팀 부산 아이콘스는 페루자가 제시한 이적료(100만달러)를 받아들일 수 없으며 지난 해 안정환을 임대할 때약속한 ‘완전이적시 이적료 210만달러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부산은 유럽의 다른 팀에 이적시키겠다며 완강한 입장이다. 그러나 안정환은 지난 해 어렵게 유럽에 진출한 만큼 환경에 적응이됐고 주전을 보장한 페루자에서 뛰겠다는 생각이다. 사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 국제축구연맹(FIFA)의 중재까지 구할 방침이다. 축구인들은 월드컵에서유럽팀의 콤플렉스를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안정환을 페루자에 이적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안정환의 기량은 국내에 있을 때보다 훨씬 향상됐다.
■날개 단 나카타..발목잡힌 안정환
안정환과 나카타 안정환보다 2년 먼저 페루자에서 뛰었던 일본의 나카타 히데토시는 지난해 1,600만달러의 이적료에 세리에 A 명문 AS 로마로 옮겼다.올 시즌 겨우 5게임 출장. 그럼에도 잉글랜드 아스날에서 2,850만 달러의 이적제의를 받고 있다.
나카타에 대한 파격대우는 실력 외에 소위 ‘나카타특수’ 도 한 몫 했다. 페루자시절 그의 경기에는 수백명의 일본관광객이 따라다녔고 AS 로마에서 그의 티셔츠는 7만장(약 84억원어치)이나팔렸다. 유럽구단들은 마케팅 효과만으로도 나카타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다.
나카타가 페루자로 옮길 때 이적료는 330만달러. 그것도 일부는 나카타의 개인스폰서가부담해 이루어졌다. 반면 안정환은 페루자로부터 완전이적을 제의 받았지만 부산구단의 반대로 난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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