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 없어 수술을받지 못해 애태우던 한 청년을구하기 위해 시작했던 생명나눔운동이 이제는 장기기증운동으로 발전하기까지 많은 사람들을 만날수 있었다.그 중 한 신장 기증자에 대한 기억은 내 삶에 오랫동안 뚜렷한 여운을 남기고있다. 지금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지만 1993년 신장기증자와 이식자들의 체험수기를 공모했을 때 대상을 받았던 김선옥 전도사라는 분이다.
그녀는 92년신장을 만성신부전 환우에게 기증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진 사랑의빚을 갚기 위해 자신의일부를 고통 받는 환우에게 기증한다고 했다.
힘겹게 신학교를 졸업하고 한적한 시골의 작은 교회에서 전도사로 일했던 그녀는 어려운 상황에서 힘이 되어준 하나님과 주변의 도움에 늘 감사했다.
그녀는 신장 기증으로 병원에 입원해있는 동안 ‘공주’가 된기분이라며 즐거워했고 자신의신장을 기증 받는환우가 하루 속히 건강해지기를 기원했다.
그러던 그녀가95년 췌장암에 걸리고 말았다. 직원들과 함께경기도 지역의 한 호스피스로 병문안을 갔을 때그녀는 투병 생활로 몹시 힘든 모습이었다.
그해 7월 세상을 떠나면서 조차 그녀는 자신의 각막과 시신을기증했다.마지막까지 스스로를 던져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간 것이다.
이런 그녀의 마음을 아는듯, 신학교 강당에서 열린 시신 기증 예배식은 숙연함 보다는축복의 분위기로 가득했다.
떠났으나 떠난 것 같지 않았고 그녀를 아는 직원들은 마치자기 일인 양 영안실을 지켰다. 죽음이 때로는아름다울 수 있다는것을 배우는 계기였다.
요즘처럼 집단 이기주의와 황금 만능주의가 만연한시기에 그녀의 모습이 다시금 떠오르는 것은 한 인간의삶을 통해 영롱한사랑의 빛을 보았기 때문일것이다.
그녀를 비롯,생명을 주고 간많은 이들의 희생으로 이제는 생명나눔운동이 서서히 결실을 맺고 있다.
새 생명을 찾은 많은이들은 또 다른 사랑의전도사가 돼 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가고 있다. 선배 기증자들의 뜻이 후배 기증자들에게 전해져 사랑의 씨앗은새롭게 뿌려지고 또뿌려진다.
그녀가항상 말한 ‘갚아지지 않는사랑의 빚’은 60년을 넘게 살아온 나의 고백이되고 우리 모두의고백이 되어 오늘도도움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손길을 뻗는다.
박진탁(사랑의 장기기증운동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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