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청담동 B초등학교 5학년 김철준(11ㆍ가명)군은 이번 여름방학을 뉴질랜드에서 보낸다.김군은 이미 이 달 초 집 부근의 유학원에서 모집하는 3주간의 여름방학 ‘영어체험 캠프’에서류를 접수하는 등 해외 연수 준비를 마쳤다.
김군의 어머니 황모(42)씨는 “305만원이라는 비용이 부담이 되긴 하지만 여기서 무더위와 과외에 시달리느니 차라리 연수를 보내 주는 게 나은 것 아니냐”고되물었다.
여름 방학이 한 달여나 남았지만 벌써부터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한 초등학교에는 해외 연수 준비에 들떠 있다. 일부 학생은 이 달 중순께 학교에 ‘해외 체험학습’ 계획서를 제출하고 일찌감치 해외 연수를 떠났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 초등학교의 경우 전교생 1,200명 중 50여명이 방학중 해외 어학연수를 위해 재학증명서와 생활기록부 사본을 발급받았다.
‘체험 학습 계획서’를 제출하고 해외로연수를 떠나 결석 중인 아이도 10여명에 이른다. 사립 H초등학교는 학급당 4, 5명이 연수를 준비 중이며, 또다른 사립 K초등학교에서도 10여명이 한 달간의 ‘교환 학습’ 허가를 받고 진작부터외국에 나가 있다.
각 유학원과 외국 홈스테이 알선 업체에도 해외 연수 신청이 줄을 잇고 있다. 다음달 20일부터 3주간 미국과 캐나다 지역 초등학생 연수 프로그램을 마련한 홈스테이 알선 업체 C사는 지난달 26일 170명의 모집 정원을 채웠다.
더 이상 접수를 하지 않지만 추가로 신청을 요구하는 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 30명을 모집하는 S여행사는 428만원의 적지 않은 비용에도 정원의60%가 신청했고, H외국어 교육연구소도 다음달 초까지 접수를 하지만 100명의 모집인원 중 60여명이 참가를 신청했다.
C사의 어학연수 담당 정모(29ㆍ여)씨는 “요즘은 부유층뿐만 아니라 중산층도 적금까지 부어서 아이를 방학 중 해외로 내보낼 정도”라고 귀띔했다.
강남 지역의 유학원도 사정은 마찬가지. 미국과 뉴질랜드 지역에 3주간의 초등학생영어 캠프 프로그램을 마련한 J유학원은 인근 지역 학부모들의 입 소문만으로 정원의 80%를 채웠다.
압구정동 G유학원 신모(39) 부원장은 “15명씩 2개 반을 모집하는 데 초등학생 학부모 50여명이 와서 상담했다”며 “질높은 운영을 위해 인원수를 제한해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A초등학교 윤모(50) 교감은 “방학이가까워질수록 숫자가 훨씬 늘어날 것”이라며 “과도한 교육열과 우리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빚어내는현상”이라며 씁쓸해 했다.
서울대 교육학과 김안중(金安重ㆍ교육학) 교수는 “초등학생단기 해외 연수는 영어 체득이라는 교육적 효과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아이의 정체성 확립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며“남이 보내니 나도 무조건 보내는 게 좋다는 생각을 버리고 신중히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녹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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