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국희’ 같은 데서 보여준 깊은 연기력이 영화에서는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영화를 대하는 입장이 방송과는 조금 다른 게 사실이다. 영화에서는 나의 전형적인 이미지, 밝고 귀엽고 건강하고, 뭐 이런 것들을 이용하려는 것이다.”
- 그렇다면 시나리오를 보는 눈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인정한다. 영화 정보가취약하고 시나리오 보는 눈도 떨어진다. ‘김혜수’ 라는 전형적인 인식을 깨지 못하는 것도 문제. 물론혼자 깨는 것은 아니지만.”
- 그래도 많은 대중들은 여전히 김혜수를 좋아한다. 왜 그럴까.
“예쁜데다 말이 되니까. 하하하, 농담이다. 앞으로 잘할 수도 있겠다, 뭐 그런 기대감 아닐까.”
나무 빛깔 블라인드를 통해 들어오는햇살이 귀하게 느껴지는 오후 4시의 카페. 크림이 넉넉히 들어간 고칼로리 아이스모카를 ‘겁없이’ 마시는 김혜수는 “광합성을 하는 것 같다”며 햇살을 즐겼다. 직설적 질문에 그는 속사포처럼 맞받아 쳤다.
“잘난 척한다고 욕도 먹겠다”고 하니까 “내가 잘났다는 게 아니라 필요 이상으로 겸손한 척 하는 게 거만한 사람보다 더 싫다”고 답한다.
23일 개봉한 ‘신라의 달밤’은 김혜수의톡톡 튀는 캐릭터가 또 하나의 재미다. 경찰에 잡힌 동생을 위해 마른 눈물을 짜내지만 문밖을 나와서 돌변, 동생을 마구잡이로 두들겨 팬다.
영화로서는득을 보았으면 보았지 손해를 볼 이유는 전혀 없다. 문제는 ‘연기자 김혜수’로서의 다양한 지평을 넓히기에는 좀 문제가 있어 보인다는 점.
“이런 캐릭터도 내가 선택한 것이다. 현장에선 얼마나 재미있었는데. 경상도 엑센트가 좀 어색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게다가 평소엔 절대 먹지 않는 라면도 “나한번 먹어 보세요” 하는 포즈로 김이 모락모락 나는데. 참.”
- 언제쯤 되면 연기가 무르익을 것이라 생각하나.
“관습적인 김혜수에 대한 호감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고생각한다. 단점은 아니다. 내가 앞으로 뭔들 못할까. 이런 생각이 건방지게 들릴 지도 모르겠지만 이것은 그간 나를 지켜온 힘이다. 시간을 얼마를 주었는데, 아직도 더 필요하냐? 이렇게 묻는다면 ‘그렇다’ 고 답하겠다.”
(1986년 박중훈과 출연한 ‘깜보’ 이후 ‘신라의 달밤’이 16번째 영화다.‘어른들은 몰라요’ 류의 하이틴 영화, ‘남자는괴로워’ ‘닥터봉’ (1995년) ‘미스터 콘돔’ (1997년) ‘찜’(1998년) 등이 히트작이고, ‘잃어버린 너’ (1991년) ‘영원한 제국’(1995년) 등은 대중으로부터 좋은 평은 듣지 못했다.)
- 어떤 시나리오가 들어오나. 어떤 영화를 하고 싶나.
“들어오는 것은 로맨틱 코미디, 구해 보는 시나리오는 호러물. 일단 장르 영화로 변모를 꾀하고 싶다. 장르를 바꾸면 관객의 기대 심리도 달라지고, 변신도너그럽게 볼 수 있다.”
- 살이 많이 빠졌다. 수술이라도?
“얼마전 ‘김혜수의 플러스유’ 를 마치면서 여러 모로 인간적 고민이 많았다. 한참 컴퓨터 게임에 빠져 밤새고 그랬더니 살이빠지더라. 요즘엔 책 번역하고 대학원 졸업논문 준비하느라 또 밤 새우고.
논문 제목은 ‘매체변화 발전에 다른 연기자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변화’. 좀 어렵나. 연기이론서도 하나 번역 중이고. 성균관대 강의도 준비하고. 일이 많다.”
- 10년 후에는.
“일을 사랑한다. 하지만평생 이 일만 하고 싶지는 않고. 연기자는 대중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점이 가장 중요한 것일 테고.”
‘쓸데 없는 사람에게 쓸데 없이 시간 안 쓴다’ 는 철칙을 가진 김혜수가 좋아하는 공간은 서점, 도서관, 학교. 읽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일까. 팝콘 튀는 듯한 말투의무게가 결코 가볍지 만은 않다.
ⓜ김혜수가 누구와 사귄다고? 1003303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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