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설교통부가 판교일대 280만평을 개발해서 2만가구 규모의 주거시설과 벤처단지 등을 조성하겠다는 ‘판교개발방안’을 발표한 것을 계기로 판교 개발문제에 대한 논란이 다시가열되고 있다.이 달 말 당정협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확정되겠지만 정부는개발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서울시와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들의반대의견도 만만치 않아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판교개발에찬성하는 측의 주장은 효율적인 주택공급에 무게를 두고 있다. 수도권의주택보급율이 83%를 약간 넘어서는 상황에서 상당량의 주택을 공급할 필요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용인지역 등의 난개발을 생각할 때 신도시 형태로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한편, 판교개발에 반대하는 측의 주장은 주로 교통과 환경문제에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경부고속도로의 초입에 자리하고 있는 판교를 개발할 경우교통혼잡이 발생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며 환경훼손도 염려된다는 것이다.
모두 일리있는 주장들이지만 이러한 주장들은 판교개발의 여파가 판교와 그 주변지역에만 국한된다고 본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판교개발의 여파는 생각보다 훨씬 광범위한 지역에 미칠 수있다. 국토의 균형개발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판교개발의 문제는전국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인데 그 이유는 일차적으로 성남시의 인구와 관계가 있다.
작년기준 성남시의 인구는 93만명에 육박하고 있는데 여기에 판교의 계획인구 약 6만명을 더하면 99만명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 된다.
그런데 성남시의 인구는 98년 한해를 제외하고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분당의 입주가 완료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판교개발 이후 성남시의 인구가 100만명을 넘는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인구가100만명이 넘는 도시는 광역시가 된다. 서울특별시 턱밑에 성남광역시가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특별시 턱밑에 광역시가 있으면 안될 것이 무엇이냐고 말할사람도 있겠다.
현재 우리 나라에는 부산 인천 대구 대전 광주 울산의 6개 광역시가 있다. 각각 그 지역의 거점도시로서의 역할을 하며 국토의 균형발전을이룩하는 첨병을 역할을 하고 있다.
수도권 발전의 거점도시가 없는 것이문제라서 광역시를 만들 필요가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특별시턱밑에 광역시가 들어서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최소한 두 가지는 있는 것 같다.
하나는 성남시의 인구를 강제로 줄이는 방법이다. 분당을 독립시로 만드는 것이 가장 명쾌한 해결 방법이겠지만 이는 판교개발보다 더 복잡다난한 문제이다.
다른 방법은 계획인구를 대폭 줄이는 방법이다. 이를 위해 주거시설을 대폭 줄이고 벤처단지를 늘리는 방법을생각할 수 있다.
이 경우 판교의 평당 기업조성비용이 거의 테헤란로와 비슷한정도로 비싸 실제로 분양이 가능할 지가 문제가 될 수 있다.
판교개발의문제가 전국적인 문제라는 사실을 인식한다면 이 문제 역시 어떻게 하면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가 하는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대규모의 무공해 임대벤처단지를 생각한다면 지나친 백일몽이될까.
오늘 먹은점심 메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내일은 다른 것을 먹으면 된다. 그렇지만국토이용은 그렇지 않다.
어떤 지역을 한번 개발하면 몇 세대에 걸친 오랜 기간동안바꿀 수 없다. 국토개발을 신중하게 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시간에 쫓긴다는 이유로 졸속으로 계획을 수립해서 두고두고후회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서승환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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