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일 ‘최고의 공격수 대결’로관심을 모으고 있는 제3회 춘란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우승컵(우승상금 15만 달러)의 향방은 26일 열리는 결승3번기 최종 대국에서 가려지게 됐다.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회 결승 대국에서 한국의 유창혁 9단과 일본 대표로 출전한 대만 출신의 왕리청(王立誠) 9단은 각각 1승 2패로 동률을 이루고 있다. 22일 열린 1국에서는 왕리청 9단이 백 6집반승, 24일 열린 2국에서는 유창혁9단이 백 1집반승을 거뒀다.두 대국에서 승부를 가른 것은 거듭된 완착과 패착이었다. 첫 대국에서 흑을 쥔 유 9단은 중앙에 두터운 세력을 형성해 쉽게 승리를 낚는 듯했다. 왕 9단이 곧바로 중앙삭감에 나섰지만 유 9단은 특유의 공격력을 살려 왕 9단의 백대마를 난타했다. 그러나 너무 마음을 놓았는지 이후 완착이 거듭됐고 초읽기에 몰리면서는 실착까지 범해 결국 역전을 허용했다. 가슴 아픈 대국이었다.
2국은 시종 유 9단의 맹공과 왕 9단의 방어로 전개됐다. 결국은 왕 9단이1국에서 유 9단이 저질렀던 것과 비슷한 실수를 하면서 형세를 뒤집지 못했다. 1승을 거두고 느긋해진 왕 9단은 화점과 소목굳힘이라는 전매특허 포석으로 바둑을 시작했다. 역시 양화점에 이은 눈목자 굳힘이라는 ‘유창혁류’포석으로 초반 구상을 잡은 유 9단은 좌변에서 맹공을 퍼붓기 시작했다. 공격은 성공적.
기세에 눌린 왕 9단은 중반에 들면서 승부수를 던지려 했으나 계속 유 9단의강한 방어에 부딪혔다. 왕 9단의 흑95가 바둑을 망쳐 버린 완착이었다. 유 9단은 기회를 잡았다는 듯 백112, 114의 연이은 강수를 두며 바둑을 마무리 하는 듯했다. 왕 9단의 마지막 저항이 끈질겼다.1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좌상변에 패를 만들며 버티던 왕 9단은 우상귀에서 마지막 승부수를 날리며 또 패를 만드는 데 성공, 승부는 점칠 수 없는혼전으로 다시 접어들었다. 그러나 승리의 여신은 유 9단의 편에 섰다. 왕 9단은 딱 1개의 패감이 부족, 결국 329수까지 가는 대접전 끝에1집반의 차이로 승리를 유 9단에게 넘겨주었다. 흑95의 완착이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마지막 대국은 보기 드문 치열한 싸움바둑이 될 전망. 두 기사가 모두 배수의진을 치고 자신의 장기인 공격바둑으로 작전을 짤 것이기 때문이다. 1998년 제2회 LG배 세계기왕전 결승 5번기에서 유 9단은 왕 9단에게 먼저1승을 챙기고 3대 2로 역전패한 전력이 있다. 이번에는 유 9단이 먼저 1패를 안은 뒤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특히 2국이 열렸던 24일은 유 9단의 여동생이 결혼식을 올린 날. 유 9단은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한 미안함을 우승컵으로 대신하기 위해서라도 어느 대국보다 혼신의힘을 다 할 것이다.
한편, 22일 열린 조훈현 9단과 중국 왕레이(王磊) 8단과의 3ㆍ4위 전에서는 조 9단이 183수 만에 흑불계승을 거두고 3위를 차지했다.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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