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자문위원회가 25일 긴급회의를 열고 미국 기업인 제너럴 일렉트릭(GE)의하니웰 인수를 독과점 행위로 판정, 거부할 것으로 보여 미국과 유럽 신ㆍ구 대륙간 경제 갈등이 본격적으로 불붙을 전망이다.GE의 하니웰 인수는 이미 미국 법무부의 승인을 받은 상태다. 본국 정부의 허가를받은 기업의 인수ㆍ합병(M&A)이 해외의 반독점 심사에 따라 제지당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미국측은 EU의 결정이 항공 엔진ㆍ전자분야에서 유럽 기업을 두둔하기 위한 조치로 받아들이고 있어 외교 문제로 비화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 더욱이 미국과 유럽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철강 세이프가드 발동 ▦세계무역기구(WTO)의미 수출기업 세제 지원에 대한 불공정 행위 사전 판정 등으로 포화를 주고 받은 상태여서 ‘경제 전면전’까지 예상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긴급 자문위원회를 열어 GE와 하니웰 합병에 관한15개 회원국 대표의 견해를 듣고 권고안을 채택한다. EU는 이어 7월 3일 고위 집행위원들의 의견을 정하고 12일 최종결정을 내리지만 현재로는M&A를 거부한다는 방침이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앞서 지난달 2일 미 법무부는 GE 창업 이래 최대 규모인 450억 달러 규모의합병을 하니웰의 헬리콥터 엔진 사업 부문 매각과 항공기 엔진 유지ㆍ보수에 다른 기업의 참여 보장을 조건으로 승인했다.
하지만 EU측은 이 같은 조건으로는 독점에 따른 폐해를 막을 수 없다고 반발하고있다. 특히 이미 세계 3대 항공기 엔진 제조업체의 반열에 있는 GE가 하니웰의 항공전자장치 기술을 한 묶음으로 해서 할인 판매할 경우 경쟁관계인유럽의 롤스로이스(엔진 제조)와 구매자인 에어버스가 타격 입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GE는 연간 22억 달러 매출의 자산 매각을 포함한 사업 분리등 타협안을 제시했지만 EU는 이마저 거부했다. 부시 미 대통령도나서 유럽의 규제 완화를 당부했지만 마리오 몬티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오히려“미국은 정치적으로 간섭하지 말라”고 불쾌감까지 표시하고 있다.
EU는 또 WTO를 통해 미국의 해외판매법인에 대한 법인세 감면 조치가 중소기업은물론 제너럴 모터스(GM) 등 6,000여 개 대기업까지 혜택을 주면서 불공정 무역을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 무역대표부(USTR)가22일 철강산업 피해를 연말까지 조사해주도록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요청한 것도 미국을 압박하는 EU를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 깔려있다.
파이낸셜 타임스 등 주요 언론들은 “미국과유럽이 본격적인 무역 갈등에 들어갔다”며 갈등 분야가 다양하기 때문에 조만간 이런 대립이 수습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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