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트래볼타. ‘브로큰 애로우’ ‘페이스오프’ 로 어느새 악역이 더 어울리는 능글맞은 배우. 22명의 인질에게 모두 시한폭탄을 장치해 놓고,그는 쇠를 긁는 듯한 탁음과 콧소리가 섞인 목소리로 할리우드 영화를 욕한다.악당이 어떤 식으로든 지는 인질범 영화가 도대체 못마땅하다. “할리우드는참 문제야. 사실감이 없어.
알 파치노의 ‘뜨거운 오후’(Dog Day Afternoon) 도 그래. 인질범이 결국은 지지. 하긴 15년 전 영화니까.
그 때는 CNN도, 인터넷도없었지. 지금은 달라. 인질을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한 명씩 인정 사정없이 죽이고, 그것을 매스컴이 중계하고.
그러면 분명 성공할 수 있지.영화기법에는 어긋나지만 그 쪽이 훨씬 현실적이야. 허구보다 훨씬 극적이지.”
그 현실적이고 극적인 재미를 위해 존 트래볼타는 잔혹하지만 냉정하고 치밀한 스파이가브리엘이 됐다.
미국 마약단속반이 불법으로 모아놓은 비자금 95억 달러를 가로 채기 위해 그는 세계 최고의 해커 스탠리(휴 잭맨)를 끌어 들인다.
아내와의 이혼과 감옥생활로 사랑하는 어린 딸을 만나지조차 못하는 그에게 1,000만 달러는 모든 가능성과 희망이다.
컴퓨터에 침입해 그 돈을 다른계좌로 옮겨주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일인데. ‘스워드 피쉬 (Sword Fish)’ 는 바로 그들이 노리는 마약 단속국의 불법 비자금을 세탁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놈의 시간이다. ‘식스티세컨즈’ 의 도미니크 세나 감독은 여기서도 곳곳에 ‘제한시간 60초’를 설정해 놓았다.
처음에는 가브리엘의 실력을 테스트하기위해 문제를 내놓고는 60초 안에 풀지 못하면 죽이겠다고 하더니, 마지막에도 마약단속반으로 위장침투한 여자 진저(할 베리)의 목숨을 담보로 스탠리에게계좌이체 실행을 요구한다. 물론 아슬아슬하게 성공해 위기를 벗어나고, 그것이 영화를 긴장감 있게 만들지만.
‘매트릭스’ 의 제작자 조엘 실버는 60초의 스릴과 긴장감에 강력하고 디지털적인 액션을 결합시켰다.
‘매트릭스’ 에 360도 회전 액션이 있다면 이 영화에는 한 인질의 몸에 부착된 폭탄이 터질 때의 위력을 뮤직비디오처럼 부분부분 끊어잡아낸 장면과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자동차 추격 장면이 있다.
정보가 입력되는 속도만큼이나 컴퓨터 연결 케이블을 빠르게 따라가는 카메라. 스탠리는마치 전자 오르간을 연주하듯 경쾌하고 신나게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진저는 자극적이고 섹시한 ‘007 본드걸’ 처럼 행동한다.
‘스워드피쉬’ 는 이런 오락적인 것들의 퍼레이드로 관객의 얼을 빼놓는다. 그리고 설명은 없지만 멋진 유도작전으로 가브리엘은 관객과 경찰과 스탠리를 속인다.
존 트래볼타가 말한 ‘허구보다 훨씬 극적인이야기’ ‘관객이원하는 새로운 해피 엔딩’ 이란 이런 것이다.
그러나 혹시라도 이런 해피 엔딩이 가능하다고 생각한 것은 가브리엘이 미국을위협하는 모든 테러리스트들을 무력으로 응징해 미국의 자유를 수호하려는 지독한 국수주의자이기 때문은 아닐까. 미국에서 6월 첫 주말 개봉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또 하나의 여름 블록버스터. 7월 7일 개봉.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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