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국전쟁 51주년을 맞아 갑자기 6ㆍ25 행사를 대대적으로 열며 반미의식 고양에 나서 주목된다.남북정상회담이 열렸던 지난해의경우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10일 있으면6ㆍ25이지만 (비방ㆍ무력시위를) 하지 말라”고지시, 한국전쟁 50주년행사가거의없었다.
조선중앙방송은 24일 6ㆍ25전쟁 발발일을 기념해 북한 각지공장, 기업소, 협동농장, 학교에서 반미 성토모임, 복수 결의 모임이 열려“조국해방전쟁(한국전쟁) 시기 당과 수령을 위해 조국을 위해한몸 바쳐 싸운 영웅전사들 처럼 미제를 천백배로 복수하는 심정으로 학습과 생활을 혁명적으로, 전투적으로 해나갈 결의를 불태웠다”고 보도했다.
이에앞서북한은 20일 미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가 전시돼 있는 대동강변의 셔먼호격침 기념비앞에서, 21일에는 미군의 양민학살 현장으로 선전하고 있는 황남 신천군의‘밤나무골 400 어머니묘’에서 각각 미국규탄 모임을 열었다.
북한 언론들도 잇달아 6ㆍ25 관련 보도물을 내고 미국을‘조선인민의 불구대천의 원쑤(원수)’로 비난하면서“미제놈들의 소굴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주장했다.
북한이올해 6ㆍ25 행사를 재개한 것은 최근 악화한 북미관계를 반영한것 이라는게 대체적 분석이다. 평양방송 등이 “부시행정부가 북남관계를 대결의 원점으로 되돌리기 위해 횡포하게 책동하고 있다”며 미국을 적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중앙방송은 최근 김위원장의 잇단 군부대 시찰도“미제 침략자들에게 공포감을 주고 인민과 인민군장병들에게 멸적의 투지를 북돋워 주는 고무적기치”라며 미국을 의식한 행동 이라고 강하게 시사했다.
정부관계자는“북한은 북미 접촉이 활발해진 90년대 초반 그동안 사용하던‘반미투쟁월간(6ㆍ25~7ㆍ27)’이라는 용어를‘조선 인민과의 국제적 연대성월간’으로 순화시키고,특히 6ㆍ25를 가리키던‘미제 반대 투쟁의날’도 더 이상쓰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최근 이같은 용어들이 다시 등장한 것은 쉽게 풀릴 것 같지 않은 미국과의 관계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북한이 6ㆍ25를 맞아 미국에 대한 성토수위를 높이면서도 남한당국에 대한 비난은 자제하고 있는 점은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99년까지 북한 언론매체들은“미제가 남조선 괴뢰와 함께 우리공화국을 반대하여 일으킨 침략전쟁”이라며 한미 양국을 싸잡아 비난했었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6ㆍ15 남북공동선언을 염두에 두고 남한과의 대화ㆍ협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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