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북방한계선(NLL)을침범한 북한 어선을 우리 해군이 경고 사격을 가해 내쫓았다. 북한 선박의 영해 및 NLL 침범에 ‘물 대응’ 했다고 질타당한 군이 보란 듯이 단호한 자세를 과시한 셈이다.북한 어선은 해군 고속정의 근접 검색에 각목과 횃불을 휘두르며저항했다니, 해군은 경비 수칙을 좇아 제 임무를 다한 것이다.
여느 때면 사소하게 볼 이사건을 주목하는 것은 정부와 보수 진영이 저마다 편한 대로 의미를 부풀릴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안보태세에 빈 틈이 없다고 할 것이고, 보수진영은 ‘물 대응’이 거듭 도발을 부른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끼리서로 옳다고 목청 높여 다투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북한이 떼 쓰듯 시비하는 NLL과 민간선박 무해(無害)통항 문제를 이성적으로처리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먼저 NLL 문제는 반세기전 유엔군이 일방 선포한 이 선이 우리 안보현실과 남북관계에 더 이상 걸맞지 않다는 점부터 수긍해야 한다.
유엔군이 제해권을 장악한 한국전쟁 직후남쪽 선박의 북상 한계를 정한 NLL이 사실상 해상 경계선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
북한은 1970년대 잠시 해군력 우위를 보일 때 NLL에실력으로 도전했으나, 지금은 말로만 떠들 뿐이다.
2년 전 연평 해전이 보여줬듯이 우리 해군력이 압도하는 지금, 북한이 NLL을 시비하는 것은서해 어장과 동해의 민간항로를 확보하려는 의도다.
이런 상황에서 서해 NLL은북한 어선의 조업을 일부 허용하는 방향으로 운용하자는 것이 다수 해양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게 남북협력과 국제관행에 부합되고, 특히 연평 해전같은 무모한 충돌을 예방하는 길이라는 지적이다.
또 동해 NLL은 모두 지키기에 너무 길어 실효성있게 축소해야 한다는 것이 해군의 판단이다. 우리영해의 국제항로를 북한 선박에 개방하는 문제도 상호 이익을 위해 타협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게 국제법 기준에도 맞는다.
이런 사리분별없이 맹목적 안보논리로강경 대응을 외치는 것은 남북 협력을 통한 진정한 안보를 외면하는 것이다.
남북의 역량을 비교할 때, 우리가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세워 웅크리는것은 시대착오적 퇴행이다. 군과 정부도 우왕좌왕하지 않는 확고한 소신과 원칙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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