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 대표이사 조명재(趙明載ㆍ56) 사장은 거의 매 주 말 백화점과 할인점, 슈퍼 등 LG제품이 팔리는 현장을 방문한다.“우리가 만든 물건도 사고 판매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들어 보기 위해서죠. 경영 전략이 아래에서 어떻게 집행되는지, 최고 관리자가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 지를 알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조 사장은97년 수 백 억원 대의 적자 기업을 1년 만에 흑자로 바꿔 놓았다. 당시 식품사업에 까지 손댄 것이 화근이었다고 판단, 비핵심 사업을 과감하게정리한 것이 주효했다.
구성원 모두가 함께 위기를 극복하자는 의미에서 회사의 경영전략과 개인의 목표를 담은 ‘비전수첩’을나눠주며 침체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꼼꼼함과 도전정신’ 상반되는 이 두 가지 요소가 조 사장의 스타일을 압축하는 키워드다.
69년 LG화학의 전신인 락희화학공업사에 입사해 32년간 ‘LG맨’으로 살아 온 조 사장에게 올해는 특별한 해다.
54년간 LG그룹의 모기업이었던 LG화학에서 독립해 LG생활건강으로 새 깃발을 내세운 첫 해이기 때문이다. 4월 첫 상장된 LG생활건강 주가는두 달 만에 3만원에 육박해 분사 3사 중 가장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조 사장은 스스로를 ‘부하에게 인기가없는 상사’라고 평한다. “능력 100을 가진부하가 변명을 하면서 80 만 할 때는 무섭게 질책 하지만 80의 능력이 있으면서도 100을 해내면 칭찬과 보상을 해줍니다. 당연히 부하에게 인기가없지요.
” 뒤집어 말하면 공정한 평가와 차별적 보상이라는 선진적 경영기법을 운영한다는 뜻이다. 조 사장은팀장급 이상에게 자신의 목표를 스스로 정하고 평가하게 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에 따라 지난 해에는 500% 이상의 보너스 수급자도 나왔다.
조 사장은 투명경영을 특히 강조한다. 주력사업과 무관한 분야에는 절대 투자하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이다. 최근 흑자를 내던 당 알콜사업도 프랑스로케트사에 매각했다.
세 딸의 아버지인 조 사장은 여성인력 활용에 아주 관심이 크다. LG생활건강 생산직 사원 3,300여명 중 50%인 1,500여명이 여성. 현재 간부 600여명 중 여성이 20명으로 3%에 불과하지만 20%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IMF때도 여성을 30% 뽑았다. “딸을 둔 아버지의 심정으로 공부한 여성이 능력을 썩히는게 너무 아깝고 국가적으로도낭비”라며 “다만 여성들의 프로정신이 부족한게 아쉽다”고 말했다.
기본에 충실해야 하고 절제를 가르쳐 줘 등산과 골프(핸디캡14)를 좋아한다. 좌우명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조 사장은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적응하려면 최고경영자가 리더십과 통찰력을 동시에 갖춰야 한다”며 “생활용품업계 1위에 걸맞게 질적인 초우량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노향란기자
ranhr@hk.co.kr
■조명재사장 프로필
1945년 충북 괴산출생
1963년 서울고 졸업
1969년 서울대 상대 졸업
락희화학공업사 입사
1976년 뉴욕지사장
1988년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수료
1990년 ㈜럭키 전략기획담당 상무
1993년 ㈜럭키 전무
1996년 LG생활건강 부사장
1997년 LG생활건강 대표이사 사장
2001년 ㈜LG생활건강 대표이사 사장
■LG생활건강은 ...
1947년 LG모기업인 락희화학공업사로 출발한 LG생활건강은 올 4월 1일LG화학에서 독립했다.
치약 샴푸 비누 세제 등 생활용품 사업 부문에서 점유율 1위로 ‘최강자’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이 부문 매출 비중이 62%에 달한다.
매출 비중 38%에 달하는 화장품은 지난 해 생산량이5,197억원(한국화장품공업협회 통계)으로 태평양에 이어 2위를 달리는 등 3년간 연평균 15%의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95년부터 중국에화장품, 치약 합작법인을 설립한데 이어 베트남에도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LG생활건강 해외사업의 전략은 ‘선택과집중을 통한 세계화’.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구사해 베트남의 경우 다국적 기업을 제치고 화장품 ‘드봉’이브랜드 인지도 1위에 올랐다.
현재 40여개국에 화장품 및 생활용품을 수출하고 있으며 올해 수출계획은 1,100만달러.
LG화학에서 분리 전 주가가 1만2,700원이었으나 4월 25일 1만1,900원으로재상장, 6월 말 현재 3만원에 육박해 두 배 이상 올랐다.
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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