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ISL 문제가 시급히 정리되지 않아 정보통신(IT) 준비가 계속 지지부진했다면 내년 월드컵은 종이와 연필로 치르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을 것이다.”한국월드컵조직위원회의 김원식 정보통신국장은 아찔했던 지난 몇 달을 이렇게 회고했다. 역대 월드컵에 비해 상당히 지연된 IT 분야의 준비는 정몽준한국 월드컵조직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일본 조직위 엔도 야스히코 사무총장 등이 한결같이 걱정해왔던 분야이다.월드컵의‘중추신경’인 IT분야의 준비는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가. IT사업은 크게 정보와 통신으로 나뉜다. 경기운영 진행, 선수등록, 의전 시스템은 물론일반전화, 이동전화, 인터넷, 프레임릴레이 등을 제공해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대회 준비와 운영을 책임지는 분야이다. 경기장을 비롯해 국제방송센터와프레스센터 사이에 통신망을 구축하고 언론보도를 지원하는 일도 IT를 통해 이뤄진다. 월드컵 개최 당사자인 국제축구연맹(FIFA)은 월드컵때 컴퓨터지급에서 전산시스템 운용 등 IT공급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진다.
한국과일본조직위는 2~3년 전부터 IT문제를 빨리 해결하자고 FIFA와 마케팅대행사인 ISL에 독촉해 왔으나 ISL의 도산위기로 계속 제자리 걸음만해왔다. 실제 한국과 일본 조직위는 입장권 신청과 자원봉사자 모집때 낭패를 경험했다. 당초 공언과 달리 인터넷을 통한 신청접수가 한동안 이뤄지지않았던 것이다. ISL이 접수시스템 운용에 참여했던 인텔과 카벨 뉴미디어 등 용역회사에 재정지원을 제때 하지 못한 탓이었다.
김원식정보통신국장은 “FIFA의 마케팅 대행사인 ISL의 재정난으로 어려움이 많았지만 ISL이 파산하고 FIFA가 관련업무를 직접 떠안으면서 IT분야준비가 본 궤도에 올랐다”고 대답했다. ISL이 파산하면서 지지부진했던 IT분야 스폰서 선정작업도 신속히 이뤄졌다. 최근 일본의 도시바,NTT, 미국의 데이터 통신장비 회사인 어바야 등이 스폰서로 선정됐다. “막혔던 봇물이 일시에 터진 기분이다. 밀려있던 일을 일시에 하다 보니정신이 없다”는 게 다른 조직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FIFA와한일조직위는 우선 6월말까지 월드컵 IT분야를 책임질 회사의 진용을 완전히 갖춘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미 참여업체로 선정된 세마(시드니올림픽과유로 2000 등에서 전산시스템 통합 담당)와 관련 컨설팅 회사인 유로텍은 직원 1명씩을 월드컵때까지 한국조직위에 상주시키면서 업무협조를 한다.
뒤늦게가속이 붙은 IT준비는 역시 시간부족이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IT 분야는 경비문제와 준비부족으로 컨페더레이션스컵 때 검증을 제대로 받지 못한영역이다. 조직위 관계자는 “준비가 상당히 늦어진 건 사실이다. 노하우가 많은 업체들이 참여하고 있어 큰 문제는 없겠지만 어떤 프로그램과 시스템이운용될 지 아직 접해 보지 못해 솔직히 답답하다”고 말했다. 조직위는 전문영역인 IT업무는 자원봉사자를 업무보조로만 활용하고 대부분 전문가들에게맡길 계획이다. 전문인력의 적응과 훈련, 시운전을 위한 시간이 충분하지는 않다.
김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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