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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 울릉도 5味 혀끝이 감동에 춤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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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 울릉도 5味 혀끝이 감동에 춤춘다

입력
2001.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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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로 향하는 뱃길 내내 군침이 돈다. ‘국토의막내’로 불리는 아름다운 섬에는 풍광에 버금가는 맛이 있다.물론 맑은 바다에서 막 퍼올린 해산물이으뜸이지만 화산섬의 깊은 원시림이 쏟아내는 맛도 예사롭지 않다.

‘울릉오미(鬱陵五味)’라고이름을 붙여 볼까. 여행의 기억은 분명 입에도 남는다. 다시 울릉도행 배를 탄다면 그 것은 오감이 모두 충만했던추억 때문이리라.

구수·담백한 내장탕 별미

#1 오징어

우리처럼 오징어를좋아하는 국민은 없을 듯하다. 산채로 잘라서, 말려서, 끓여서, 볶아서 먹는다. 당연히 오징어맛에 대한 변별력이 탁월하다.

울릉도에서 오징어를맛보면 육지에서의 오징어맛이 허무해진다. 깊고 맑은 바다에서 건져낸 울릉도 오징어의 맛은 바다처럼 깊고 맑다.

울릉도가 한 해 퍼올리는 오징어는약 9,600톤, 152억 원에 이른다. 여전히 울릉도의 가장 대표적인 돈벌이다.

산오징어회는 오징어를즐기는 가장 단순하면서 직접적인 방법. 싱싱한 오징어는 잘라놓아도 반짝거린다.

초고추장을 가능한 한 적게 찍어야 오징어살이 머금은 바다내음을 깊게느낄 수 있다. 그 향기를 놓치는 것이 아까워 아예 소금을 찍어먹는 사람도 있다.

오징어불고기와 오징어순대도별미. 불고기는 살짝 데친 오징어에 양념장을 입혀 석쇠에 다시 구운 것. 순대는 각종 야채와 찹쌀밥을 볶아 오징어 속을 채운 후 찜통에 쪄낸다.

술안주는 물론 간식용으로 좋다. 버릴 것이 없는 오징어. 그 요리의 정점은 내장탕이다. 흰내장을 손질해 끓이다가 호박잎과 풋고추, 홍고추를 썰어낸다. 구수하고 담백한 맛이 해장국으로도 일품이다.

불판에 살짝, 감미로운 맛

#2 울릉약소

울릉도는 소의 천국이다. 전형적인 해양성 기후에 힘입어 무려 575종의 목초가자란다. 이중 ‘돼지풀’이라 불리는 섬바디는 울릉도에서만 자라는 소의 영양식.

조팝나무꽃과 비슷하게 생긴 흰 꽃을 피우고 줄기를 꺾으면 우유 같은 진액이 흐른다. 1883년 개척농민이 암수 하나씩 모두두 마리의 소를 들여왔는데 이 무진장한 목초에 힘입어 이제는 1만 여 두가 비탈에서 방목된다. 인기가 치솟자 1998년 ‘울릉약소’라는이름으로 브랜드화했다.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조리한다. ‘불고기’라고부르지만 양념에 버무린 서울식 불고기가 아니다. 얇게 썰어서 불판에 그냥 익힌다.

살짝 익히는 것이 요령. 불판에닿자마자 바로 입으로 가져가야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육질이 연한 것은 물론 감미롭기까지 하다. 쇠고기 특유의 잡냄새가 없어 육식을 싫어하는사람도 1인분을 거뜬히 해치운다.

싱싱한 홍합 향에 밥 뚝딱

#3 홍합밥

울릉도는 바위섬. 해안을 빙 돌아 바위가 감싸고 있다. 그 바위는 한꺼풀 포장이돼 있는데 바로 홍합이다. 홍합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홍합밥은 무진장한 울릉도의 홍합과 우리의 주식인 밥이 거의 ‘영적’으로결합한 명품이다. 도시에도 홍합밥을 짓는 식당이 있기는 하지만 맛에서 차이가 난다. ‘재료의싱싱함’이라는 절대적인 차이를 극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리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잘 손질한 홍합살을 반 또는 삼등분해 참기름에 볶다가불린 쌀과 물을 넣고 밥을 지으면 그만이다.

간장에 갖은 양념을 섞은 양념장에 비벼 먹는다. 코끝으로 싱싱한 홍합의 냄새가 은은하게 올라온다.울릉약소 불고기로 이미 배가 불렀더라도 그 냄새에 이끌려 한 그릇 뚝딱이다.

설원서 싹튼 약초 비빔밥

#4 울릉도 산채

눈이 많은 섬 울릉도의 산나물은 눈 속에서 싹을 틔운다. 그래서 향기가 육지의것과 다르고 대부분 나물이 아닌 약초로 불린다.

가장 유명한 나물로는 취나물의 일종인 울릉미역취, 고사리의 한 종류인 섬부지갱이고비, 삼나물 등이있으며 명이(산마늘), 전호, 땅두릅 등도 울릉도의 것이 깊은 맛을 낸다.

특히 삼나물은 울릉도에서만 자라는 고급 나물. 쫄깃쫄깃하고 쇠고기 맛이나는데 현재 서울 신라호텔 한식당의 잭슨비빔밥의 재료로 들어가고 있다.

섬 전역의 식당에서 이러한 산채를 이용한 산채비빔밥을 판다. 울릉도 깊은산 속의 향기를 씹을 수 있다.

호박이 이렇게 맛있다니

#5 호박범벅

호박은 엿을 만드는 데만 들어가는 게 아니다. 늙은 호박과 팥, 찹쌀가루가 어우러진호박범벅은 울릉도 전통 음식의 정수이다. 만드는 법이 까다롭다.

특히 불조절이 중요하다. 늙은 호박을 썰어 물에 넣어 끓인 후 덩어리가 없도록체에 내린다. 팥을 따로 끓이다가 찹쌀가루를 넣어 죽처럼 익으면 호박물을 넣고 다시 끓인다.

처음에는 센 불로 끓이다가 끓어 오르면 불을 낮춰끓인다. 설탕이나 소금으로 간을 하는데 달착지근하면서도 은근한 맛을 낸다.

권오현기자

koh@hk.co.kr

■유람선·자동차 일주

단순히 먹기 위해서 울릉도에 가는 사람은 없다. 먹는 것은 ‘부록’이다. 화산섬이만들어내는 이국적인 아름다움이 섬 전체에 빼곡하다.

울릉도의 여행법은 크게 세 가지. 섬 일주 유람선을 타고 해안절경을 바다쪽에서 돌아보는 것이1순위, 도보나 렌터카를 이용해 해안도로를 따라 여행하는 육로 일주가 2순위, 울릉도의 최고봉인 성인봉 등반(18일자 34면 참조)이 3순위이다.모든 여행의 베이스 캠프는 울릉도의 관문인 도동항이다. 숙박시설은 물론 식당 등도 여기에 밀집해 있다.

바다 일주 유람선(울릉유람선협회 054-791-4468)은 비수기에는 하루1, 2차례, 여름 성수기(7월25일부터 8월 15일까지)에는 5, 6차례 운항한다.

요금은 성인 기준 1인당 1만 3,000원. 처음에는 비싼듯해서 속이 조금 쓰리다. 그러나 배가 출발한지 채 5분도 되지 않아 본전 생각은 없어진다.

뱃고동 소리가 울리면 방파제가 부산해진다. 수천 마리의괭이갈매기가 일제히 솟구쳐 올라 배를 따른다.

승객들이 던져주는 과자를 먹기 위해서다. 한반도 어디에나 유람선이 뜨는 곳이면 어김없이 날아오는'거지 갈매기'이다.

갈매기의 덩치나 새우깡을 받아먹는 기술로 볼 때 울릉도의 거지 갈매기가 단연 챔피언급이다. 직선 타구를 잡아내는 야구 선수처럼공중에서 새우깡을 나꿔채는 모습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지붕을 씌운 듯 유람선을 하얗게 덮은 갈매기떼의 동반여행은 배가 섬을 돌아 도동항으로 돌아올때까지 계속된다.

배는 도동항을 빠져 나와 시계 방향으로 섬을 돈다. 항구 바로 옆의 망향봉을돌자마자 절경이 눈을 사로잡는다.

사자바위, 만물상, 대풍감 등이 그림처럼 펼쳐지다가 '울릉도 제1경'이라는 공암에서 절정을 맞는다.

'코끼리바위'로도 불리는 공암은 보는 거리에 따라 느낌이 크게 다르다. 멀리서 볼 때에는 물을 마시는 코끼리를 빼닮은 절묘한 외형에 놀란다.

가까이 다가가면정교하게 조각해 놓은 듯한 주상절리의 모습에 감탄한다. 유람선은 엔진을 잠시 끈다. 승객들의 사진촬영을 위해서이다.

해식동굴이 뚫려있는 관음도의 일선암과 삼선암, 사면이 깎아지른 절벽으로 둘러싸인죽도 등을 감상하면 유람이 마무리된다.

죽도에서 도동으로 돌아가는 뱃길은 울릉도에서 가장 파도가 높은 곳. 승객들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짜릿함에비명을 지른다. 약 두 시간. 뱃삯이 너무 싼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육로일주는 대부분 섬일주 택시나 렌터카를 이용한다. 렌터카를 이용할 때에는 운전이능숙해야 한다. 깎아지른 고개가 많아 초보운전자는 식은 땀만 흘리다가 주저앉고 만다.

울릉도의 차 대부분이 4륜구동인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다.울릉도에는 울릉택시(791-2315)와 개인택시사무실(791-2612)에서 섬일주 택시를 대절할 수 있고, 삼지렌트운수의 울릉영업소(791-2240)를통해 차를 빌릴 수 있다.

택시 섬일주는 약 5시간 정도가 소요되며 요금은 8만 원 정도. 일반적으로 도동-저동-봉래폭포-내수전-사동-남양-구암-태하-천부-나리분지등을 거쳐 다시 도동으로 돌아오는 코스를 택한다. 남양의 몽돌해변, 태하리의 성하신당, 천부의 송곳산 등이 꼭 들러봐야 할 곳이다.

■가늘길·쉴곳

▽가는 길

강원 동해시 묵호항,경북 포항, 후포항 등 세 곳에서 배가 출발한다. 최단 거리(161㎞)인 묵호-도동은 2시간 50분. 포항-도동은 3시간이 걸린다.

부정기 여객선인후포-저동은 5시간이 소요된다. 대아여행사(02-514-6766)의 페리호가 매일 운행한다.

요금은 출발지와 객실 등급에 따라 다양한데 성인의경우 편도 3만 4,000원에서 5만 4,000원 정도. 강릉공항에서 씨티항공사(033-652-7626)의 헬기가 부정기적으로 운항하는데 울릉구암헬기장까지50분이 소요된다.

이처럼 쉽게 갈 수있지만 울릉도가 여전히 먼 곳으로 느껴지는 까닭은 바로 날씨 때문이다.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배는 떠나지 않는다.

울릉도 여행을 마음먹었다가 배편때문에 계획을 수정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만일을 대비해 배가 출발하는 곳 부근의 여행지를 미리 알아보아야 위로여행이라도 즐기며 아쉬움을 달랠수 있다. 돌아올 때에도 마찬가지. 바람이 그치기를 기다리며 며칠씩 여관방에서 보내기가 일쑤이다.

▽쉴 곳

섬에는 호화스러운숙박업소가 없다. 호텔급으로는 마리나관광호텔(791-0020) 울릉호텔(791-6611) 울릉비취호텔(791-2335) 등이 있는데 도시의 호텔을상상했다가는 크게 실망한다.

도동에 여관이 밀집해 있고 남양리, 태하리, 사동리 등에도 한 두 곳의 여관이 있다. 거의 대부분의 민가에서 민박을치기 때문에 잠자리 걱정은 필요 없다.

긴 일정이 허락된다면 조용한 마을의 민박에 기거하는 게 좋다. 파도소리를 제외한 일체의 소음으로부터 탈출해한가롭게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자면 피 속의 불순물이 모두 빠져나가는 것이 몸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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