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이 발표된 후 현장에서활동하는 ‘민간인’ 전문가에게 그 효과 등에 대해 물어보면 상당수의사람들이 조건을 단다.누구인지를 밝히지 말고 익명으로 해 달라는 것이다.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경우에는 특히 그렇다.
신원이 알려지면관(官)으로부터 나중에 어떤 불이익을 당할지 모르기 때문이란다. 지금까지 경험에서 나온 그들 나름대로의 법칙이다.
■재정경제부가 자유기업원에 대해 직원 명단과 정관, 결산서와 함께 후원기업의 명단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자유기업원은 정부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한 원장 명의의 ‘시장경제와 그 적들’이란 제목의 e 메일을 공개하는 등정부와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그 진의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재경부는 재단법인에 대한 인가권을 가지고 있고 감사도 할수 있다며, 담당자가 고유업무를 통상적으로 처리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여기까지는 재경부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재경부는 “출자자나 이사 명단을 요구한 것은 최근 자유기업원 발언이 그들의 뜻에맞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며, 그렇지 않을 경우 조치를 요청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원의 행동이 후원자의의사와 일치했느냐의 여부는 당사자끼리의 문제이지 결코 정부가 나서 판단할 성질의 것은 아니다. 더구나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조치를 요청하겠다니,강제로 입에 재갈이라도 물리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재경부는 그런 면에서는 ‘전과’가 많다. 얼마 전에는 공적 자금과 재정에 관한 보고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사장시켜 버렸다.
그 전에는 재경부의 간섭이 얼마나심했던지 대표적인 관변 싱크 탱크인 한국 개발연구원(KDI)이 독립을 요구하며 반기를 들기도 했다.
그때마다 재경부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으며, 그 사건들은 해프닝으로지나갔다. 그래서인지 유사한 일이 반복되고 있다.
“누가 감히”라는 재경부의 오만이 경제를 망치지 않을까 걱정이다. 재경부는 복장자율화보다 마음 열기가 더 우선이다.
/ 이상호 논설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