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다 못한 군이 일단 방아쇠를 당겼다.24일 북한 어선에 대한 경고사격은 군과 정부가 오랜 양보와 인내에서 벗어나 북한 선박의 잇단 북방한계선(NLL) 침범에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미를갖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경고사격은 ‘여론이 당긴 뒤늦은 방아쇠’라는 지적도 잇따라 군의 향후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군 당국은 이번 조치가 “작전 예규에 따른 정당한 조치였다”고 강조하고 있다. 북한 어선은 이날 오전 2시50분께 처음 우리 해군에 발견됐고, 4시5분께 현장에 출동한 고속정이 기적 및 발광 신호,대공 마이크 등을 통해 40여분 동안 정선을 명령했음에도 불구하고 퇴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욱이 북한 선원들은 각목과 파이프, 식칼 등을 들고나와 우리 고속정에 위협을 가하고 심지어 횃불을 던지기도 했다.
북한 선원들의 이 같은 행동은해무로 시계가 180m에 불과한 깜깜한 어둠속에서 우리 함정엔 위협으로 인식됐고, 결국 K2소총으로 북한 어선 선수 50m앞바다에 공포탄 9발을 발사했다는 게 합참의 설명이다.
합참 관계자는 “우리해군은 충분한 시간 동안 북한 어선에 북으로 퇴각하도록 경고와 시위 기동을 했음에도 이에 불응, 경고사격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휘 계통상 보고도 작전예규에 따라 정확하고 신속하게 취해졌다고 합참은 밝히고 있다. 북한 어선이 NLL을 침범한 뒤 오전 4시36분께 합참에, 5시16분께 합참의장에 보고 됐다는 것이다.
이는“ ‘함대사령관이 조치를 취한 후 사후에 보고’하게 된 작전예규에 의한 것으로 전혀 허점이 없었다”고 군 당국은 설명했다.
군 당국은 이번 경고사격으로‘NLL침범에 대한 안이한 대응’이라는 비난 여론에서 어느 정도는 자유로워지고 군의 위상을 되찾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합참은 이와 관련, “최근 NLL을 침범했던 북한 상선은 국제해사기구(IMO)에 등록돼 있고 모두 통신검색에 응했지만, 이번 어선은 해군의 경고에 응하지 않는 등 상황이 전혀 다르다”고 밝히는 등 ‘과거 지우기’에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우선 북한 상선에 대한 소극적 대응과 군 수뇌부의 골프파동으로 비등한 비판 여론 ‘희석용’이 아니냐는 분석이 그것.
또 이번 사건 처럼 군이 남북관계에 대한 악영향을 무릅쓰고 앞으로도 북이 NLL을 침범할 경우 ‘원칙’에 따라 지속적으로 강경 대응할수 있을 지에 대해서도 의문부호가 찍히고 있다.
군사전문가들은 “정부와 군은 이번 경고 사격으로 여론을 달래고 북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데 절반은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늘 예측 불가한 북에 대해 강경대응을 지속할 지에 대해 더 큰 고민을 안게 됐다”고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권혁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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