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워싱턴에서 열린 이번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양국은 상호방위공약과 주한 미군의 위상을 확인하는 등 총론에서는 전통적인 동맹관계를 공고히 했으나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북한의 재래식 전력 감축문제에 대해서는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김동신(金東信)국방부 장관과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부 장관의 회담에서 논의된 내용 중 가장 주목을 끄는 부분은 북미 협상재개를 앞두고 북한의 재래식 전력 감축문제였으나 한국측이 제의한 역할 분담론에 미국측이 명시적인 동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은 이와관련, “1992년의 남북 기본합의서를 재가동시켜 추진하되 앞으로 한미간에 긴밀한 협의를 통해서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수행키로 했다”고 밝혔으나 럼스펠드 장관은 이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럼스펠드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재래식 전력 감축 문제는 미국의 주요관심 사항이며 이 문제에 대한 진전이 없다고 만 밝혔다.
북한의 재래식 전력 감축 문제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6일 대북 대화재개를 선언하면서 ▦제네바 합의이행 개선 ▦북한 미사일문제 포괄타결 ▦북한의 재래식 군사위협 완화 등 3가지를 의제로 제시한 후 북한이 이에 반발하면서 북미협상의가장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었다.
김 장관은 이날 기자들의 추가질문에 일단 한국이 남북기본 합의서의 이행을 통한 해법을 제시한 데 대해 미국측이 수긍한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으나 미국측이 어떠한 반응을 보였는지 명확하지 않다.
국방부 실무자는 “당초 이 문제를 포함한 공동 합의문을 만들었었으나 미국측이 의회 등의 반발이 우려된다며 막판에 합의문 공표에 난색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입장 차이에도불구, 양국 국방 장관들은 현재 미국이 재검토 중인 국방정책에서 주한미군의 위상을 비롯해 미국의 대한 안보공약에는 변화가 없을 것임을 재확인했다.
조지 W 부시 정부는 출범 이후 이른바 윈윈(Win_Win) 전략 폐지와 우주군 창설 등을 포함한 새 국방전략 수립과정에서 우리측과 긴밀한 협의를 하기로 한 점은 적지않은 성과로 보인다.
양국 장관들은 또 북한의 핵과 미사일문제 및 미국이 추진 중인 미사일방어(MD) 계획 등에 대해서도 깊이있는 대화를 통해 인식의 차이를 좁혔다.
그러나 방위비 분담협상에서 별다른 진전이 없었던 점과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이 차세대 전투기로 F-15기를 구매토록 강력 요청하는 등 미국측이 다양한 방법으로 무기구매 압력을 행사한 점 등은 향후 논란거리로 대두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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