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꽁치잡이 황금 어장인 남쿠릴어장 조업을 놓고 한일간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이 곳에서 한국 어선들이 조업할 경우일본 배타적 경제수역(EEZ) 내 조업을 불허하겠다는 일본에 맞서 정부가 보복조치를 강구 중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사안은 다음달 남쿠릴 어장조업철이 시작돼 해결의 시한이 얼마남지 않은데다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문제 등과도 연결된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추이가 주목된다.
▦갈등의 발단과 일본의 부당한 요구
일본이 국제관행을 무시하면서 비롯됐다. 일본은 한ㆍ러정부간 어업위 합의에 따른 우리 어선들의 남쿠릴어장 조업을 자제해줄 것을 요구했다.
일ㆍ러 영유권 분쟁지역인 이 곳에서 조업할 경우 일본EEZ인 홋카이도 인근 산리쿠(山陸)어장에서 한국어선의 조업을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도 밝혔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우선 한국 어선의 남쿠릴어장조업이 러시아 영유권 인정으로 비쳐져 일본의 영유권 주장을 해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 둘째 남쿠릴어장에서 조업하는 일본 어민의 경제적 이익도 감안됐다.
이에 정부는 한ㆍ러간 합의는 영유권 문제와 무관한 어업문제로 이러한 우리의 입장을 러시아측에 전달했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고 있다.
또 한일어업협정에 따라 당연히 허가해야 할 산리쿠어장 조업 문제를 들고 나오는 것은 양국간 외교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당국자들은 분쟁지역의 경우 실효적 지배국가(러시아)의 허가를 받아 조업하는 국제적 관행도강조한다.
실제로 일본 어선들도 남쿠릴어장 조업시 ‘수산자원협력기금’ 명목의 입어료를 러시아에 내고 있다.
▦어획량과 경제적 득실
지난해 남쿠릴어장 꽁치 어획량이 우리나라 전체 꽁치 어획량의 60%(1만4,000톤)를 차지하는 반면, 산리쿠어장에서의 꽁치 어획량은 92~240톤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일단 남쿠릴어장 조업 강행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다만 정부는 일본이 남쿠릴어장의 어획량을 확보할 수 있을 만한 다른 어장을 제공한다면 일본측 주장을고려할 수 있다는 자세다. 하지만 그럴 경우 다시 러시아측의 반응을 살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전망과 정부 대응
정부 일각에서는 일본의 트집이 사실상 올 초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와 함께 진행돼 왔고, 북방 4도에 대한 일본 국민의 감정이 매우 예민하다는데 주목한다.
또 북방 4개 섬 가운데 2개를 우선 반환받아야 한다는 전 정권들과 달리 4개 섬의 동시 반환을추진하고 있는 고이즈미(小泉) 내각의 7월 참의원 선거 전략에서 나왔다는 분석에도 유의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어민들의 정서를 무시하고 대체 어장을 제공할 형편이 못 된다는 얘기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한승수(韓昇洙) 외교 장관이 25일 데라다 데루스케(寺田輝介) 주한 일본대사를 불러 항의하더라도 쉽게 접점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본다.
일측의 산리쿠어장 조업금지에 맞서 정부가 우리 EEZ 내 일본 어선의 조업을 불허하는 방안을 검토할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아울러 정부는 일본 어선의 우리 EEZ 내 어획량이 1,000톤인 반면 우리 어선의 일본 EEZ 내 어획량은 1만8,000톤에육박한다는 점을 감안, 신중한 대응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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