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순위 11위인 두산이 핵심 주력사업인 맥주부문에서 사실상 손을 뗀다.㈜두산은 22일 네덜란드계 투자사인 홉스사와 주식 양도계약을 체결, 보유중인 OB맥주㈜ 지분 50% 가운데 45%를 약 5,600억원에 매각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홉스사는 유로시장에서 메릴린치 인터내셔널이 보증하는 채권을발행, 주식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OB맥주의 매각에 따라 두산그룹의 주력 계열사는 두산중공업과 ㈜두산, 두산건설,두산테크팩, 오리콤 등 5개사로 줄어들었다. 주력사업도 주류나 식음료 등 소비재 중심에서 중공업 등 중간산업재 위주로 완전 재편될 전망이다.
㈜두산 관계자는 “이번 OB맥주의 지분 매각은 두산의 미래 성장과 수익성 제고를 위한 일련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 작업의 결과”라며“5,600억원의 대규모 외자를 유치함으로써 지난 해 말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인수에 이은 사업구조 개편작업에 가속도가 붙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두산은 현재 한전 계열의 한전기공과 한국전력기술의 인수전에도 뛰어든 상태여서 이번 맥주 부문 매각으로 사실상 그룹의 핵심역량이 발전ㆍ중공업ㆍ기계 등 기간산업 부문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카스맥주를 포함해 5,480억원의 순매출에 47%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한OB맥주는 두산이 1952년 인수한 이후 오늘날 재계순위 11위로 급부상하는데 발판 역할을 해 온 핵심 계열사. 두산에 대한 각종 이미지 조사에서 대다수 응답자들이 두산을 ‘주류회사’로 인식하는 것도 바로 OB맥주 때문이다.
두산은 90년대 중반 라이벌 하이트맥주에 맥주시장 1위자리를 뺏기면서 대대적인 구조조정 작업에 착수, 96년 OB맥주 영등포 공장을 처분한 데 이어 98년에는 OB맥주의 지분 50%를 벨기에 인터브루사에 매각하고 OB맥주를 합작법인 형태로 운영해왔다.
OB맥주의 완전 매각으로 하이트맥주와 OB맥주가 양분하고 있는 국내 맥주시장에도 엄청난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지난 해 6,635억원의 순매출에 당기순익 701억원을 기록, 시장 1위를 고수한 하이트맥주 역시 1대 주주가덴마크의 칼스버그(지분 12.8%)이기 때문에 국내 맥주시장이 사실상 외국인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변형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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