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 테너의 첫 한국공연은 22일 밤 서울 잠실 주경기장에모인 4만5,000여 관중을 열광시켰다.‘상업적 쇼’라는 일부 비판적 시각을 고려해도 멋진 쇼였다.
야노스악스가 지휘하는 코리안심포니의 반주로 밤 8시 15분부터 2시간 반 가량 진행된 무대는 레너드 번스타인의 ‘캔디드 서곡’으로 시작됐다.
호세 카레라스, 플라시도 도밍고,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순으로 한 곡씩 두 순배 부른 다음 삼중창으로 분위기를 달구는 형식으로 오페라 아리아와민요, 칸초네가 이어졌다 .
맨먼저 등장한 카레라스는 피에트리의 오페라 ‘마리스텔라’ 중 ‘한정원을 알고 있네’에서 특유의 따스하고 호소력 짙은 노래로 부드럽게 관중에 다가갔다.
도밍고가 부른 다음 곡 ‘자유의 몸이 되었다고’(푸치니의 오페라 ‘서부의아가씨’중에서)는 짙은 음영이 느껴지는 풍성하고 극적인 울림으로 파고 들었다.
파바로티의 미성은 여전했다. ‘오묘한조화’(푸치니 ‘토스카’)를 노래하는 그의 음성은 예전의 윤기에는 못 미쳐도 매끈한 결을 간직하고 있었다.
10분간의 중간 휴식 뒤에 이어진 2부는 관중을 흥분시키는, 테너에게 기대하는 힘과 화려함을 한껏 드러내는 곡들로 시작됐다.
‘페데리코의 탄식’(칠레아 ‘아를의 여인’), ‘별은 빛나건만’(푸치니 ‘토스카’), ‘공주는 잠 못이루고’(푸치니 ‘투란도트’)…. 오페라 관객들을 자지러지게 만드는 테너의 단골 레퍼토리가 아닌가.
도밍고의 묵직함(‘별은빛나건만’), 카레라스의 서정(‘페데리코의 탄식’)도 좋았지만 관객을 가장 열광시킨 것은 파바로티의 ‘공주는 잠 못 이루고’였다. ‘하이 B’까지 치솟는 이곡을 파바로티는 별 어려움 없이 불러냈다.
과연 무사히 넘길 수 있을까하는, 약간의 심술조차 깃든 호기심은 기분 좋은 감탄으로 변했다. 2부 후반부는 ‘산타루치아’ ‘돌아오라 소렌토로’ ‘마이웨이’ ‘투나잇’ ‘문 리버’ 등 나폴리 민요와 할리우드 영화음악으로 구성됐다.
여름밤 야외에서 부담 없이 듣기 좋은 대중적인 곡들로 적절한 선택이라 하겠다.
그러나 50억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이 공연이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는 생각해볼 일이다. 물론 스리 테너는 수많은 청중을 행복하게 했다. 그러나 그것은혹시 음악이 아니라 명성에 취했기 때문이 아닐까.
거대한 운동장에서 스피커로 듣는 스리 테너의노래에 열광하는 동안 우리 음악가들은 썰렁한 객석 앞에서 가슴을 치고 있지는 않은지….
오미환기자
mhoh@hk.co.kr
■스리 테너 공연스케치
스리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의 공연이 열린 22일 밤 관객들은 열광의 박수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방송으로 공연을 지켜본 팬들도 클래식의 향연을 한껏 만끽했다.
○…그러나 공연진행은 관객들의 기대에 답하지 못했다. 관객이 너무 많이 몰린 탓인지 예정시각 7시30분을 훨씬 넘긴 8시6분에야 공연이시작됐다. 공연 시작을 알리는 신호음이 울린 뒤에도 자리를 못 찾아 헤매는 관객이 많았는가 하면 공연진행원들까지 우왕좌왕했다. 하지만 첫 곡을부르기 위해 카레라스가 걸어 나오자 장내는 이내 고요해졌다.
○…검은 구름이 낮게 덮인 가운데 시작된 스리 테너의 노래들은 구름 사이로 터져 나오는 천둥소리인 듯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공연은카레라스-도밍고-파바로티-삼중창 순으로 진행됐다. 음향설비는 무난해 뒷좌석에서도 이들의 목소리와 반주가 비교적 또렷이 들렸다. 클래식과 팝을 넘나들며2시간10분 가까이 공연장을 달군 공연은 불꽃이 솟아오르는 가운데 세 사람이 손을 맞잡고 인사하는 것으로 막이 내렸고 관객들은 그칠 줄 모르는박수로 언제 다시 볼 지 모를 세 대가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한편 관객들은 공연 시작 2시간여 전부터 서울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유료관객 4만5,000명을 넘는 우리나라클래식 공연 사상 최대 규모였다. 관객은 30~40대가 주류였다. 부인과 함께 온 김범륜(42ㆍ서울 강남구 수서동)씨는 “세계적인 성악가의 노래를현장에서 듣는다는 것만으로도 설렌다”고 말했다. 관객 중에는 외국인, 특히 일본인들의 모습도 많이 눈에 띄었다.
김기철기자
kim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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