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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골프장이 상황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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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골프장이 상황실인가

입력
2001.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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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장관과 합참 의장 등 군수뇌부가 지난 2일 북한 상선의 영해 침범 상황에서 골프를 친 사실이 드러나 말썽이다.평온한 주말 오후에 비상 상황이 돌발했고 나름대로 대응조치를 취했다지만, 일반 국민의 정서에는 도무지 거슬린다.

나라를 온통 떠들썩하게 만든 사태 초기, 군 수뇌부가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비난이 나오는것은 당연하다.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하는 것은 우선군 수뇌부가 영해 침범을 보고받고도 태연히 골프를 시작한 사실이다.

북한 군함 아닌 상선이 접적 수역과 거리가 먼 울산 앞바다와 제주 해협 영해를침범한 상황을 군사적 차원에서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지 모른다.

그러나 안보 상황에 대한 1차적 판단과 대응 책임을 맡은 군 수뇌부가 해군 경비함이긴급 출동하는 상황을 골프장에서 지휘했다는 것은 듣기에도 민망하다.

특히 합참 의장은 해군과 합참이경계 상태에 들어간 지 몇 시간이 지날 때까지 골프장에서 저녁 식사까지 했다.

이어 북한 선박이 동시다발적으로 영해를 침범하는 것으로 확인되자합참 위기 조치반을 소집하는 ‘비상’을 발령하고서도, 정작 본인은 공관으로 돌아갔다.

의장 공관은 2급 이상 기밀 통화가 가능한 지휘소 라고 해명하지만, 비상 상황을 직접 장악해야겠다는 판단과 의지가 부족했던 탓으로 보인다.

국방부 장관도 상황이 지속된 오후늦게 골프를 시작하는 안이한 인식을 보였다. 그는 저녁 늦게 국방부로 나가 비난 표적에서 비켜섰으나, 역설적으로 합참 의장에 대한 비난 가능성을높여 준 셈이다.

어쨌든 군 수뇌부의 이런 저런 변명은궁색하게 들린다. 합참 의장이나 국방 장관쯤 되면 북한 상선의 영해 침범이 군과 정부에 곤혹스러운 사태라는 점을 인식, 비상한 자세로 상황을 장악하고지휘했어야 마땅하다.

무엇보다 우발적 사태 악화를 막기위해서 그렇고, 햇볕 정책에 불만인 보수 세력이 군의 안보 태세를 시비하는 상황도 유념했어야 하는 것이다.

한가지 지적할 것은 군 수뇌부의안이한 자세 때문에 무력 사용 등 강경 대응에 실패한 것처럼 논란하는 것은 잘못이란 점이다.

북한 상선을 무력 저지할 경우, 국제법상 더 큰 문제를초래한다는 점은 해군과 합참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문제의 본질과 곁가지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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