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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 세계 10위권의 출판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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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 세계 10위권의 출판대국?

입력
2001.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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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젊은 출판사 편집자의 말입니다. “일본출판사 사람과 만나 ‘한국이 세계 10위권의 출판대국’이라는 이야기를하다가 국내에 아직 칸트 전집, 헤겔 전집이 번역 안 됐다는 말이 나오자 그 친구가 갑자기 고개를 모로 꼬더니 픽,웃더군요. 아주 혼났습니다.”칸트, 헤겔. 케케 묵었다고 해도 그만일테지요. 그러나 출판계로 보면 정말 낯뜨거운일입니다. 토대가 없다는 말이니까요.

인문ㆍ사회 분야의 기초 없이 출판 발전은 없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나마 쌓아 온 기초마저 부숴버리려는 행태들이출판계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두 가지 예만 들어볼까요.

하나는 사재기입니다. 사재기로 베스트셀러가 된 책들은 대개 독자의 의식을 마비시키는것들입니다.

싸구려 감성이나 허황한 인생지침 등으로 독자의 의식을 흐리는 책들로 보면 정확할 것 같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책 내는 출판사들이이제는 아예 문화적 권력으로 행세하려 한다는 것이지요.

최근 이른바 대중문학ㆍ순수문학 논쟁이란 것도 그렇습니다. 문학이면 문학이고 아니면 아닌것이지, 무슨 논쟁입니까. 출판사 광고 카피만 하나 만들어 줬지요.

이달 초에 열렸던 ‘서울국제도서전’에혹시 가보셨습니까? 실망하신 분들 많을 겁니다. 저도 아이들 손을 잡고 가긴 했지만, 이건 대한출판문화협회 주최국제도서전이 아니라 ‘어린이책 판촉전’이었습니다.

웬만한단행본 출판사들은 아예 참가도 하지 않았더군요. 입구에서부터 호객꾼이 없지 않나, 무슨 도서전에 이쁜 도우미들까지 동원해서 비디오ㆍ오디오 요란하게틀어놓고 어린이 영어책을 팔지 않나. “종이에 잉크만 발라도 팔린다”는 어린이책이야말로돈이 되는 분야일 테니까요.

김광규 시인의 ‘형이 없는 시대’라는시가 있습니다. ‘형처럼 믿고 싶은 선배/ 밤새워 얘기하고 싶은 친구/아들처럼 돌보아주고 싶은 젊은이/ 옛날에는 있었는데/ 웃음 섞인 눈길/ 따뜻한 물 한 모금/ 옛날에는 있었는데’ 김 시인은 왜 그 선배와 친구와 아들 같은 이들이 사라져 버렸나를 바로 뒤의 시구에서 한 마디로 말합니다. ‘이제는모두 돈을 달라고 한다’라구요.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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