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떨어지겠어…. 여보, 줄 좀세게 당겨봐!” “직상(똑바로 오르기)이 안되면 왼쪽으로 돌아야지! 좀 쉬어.” 도로위에 사지를 뻗고 납작하게 드러누운 개구리마냥 14㎙ 인공암벽에애처롭게 매달려있는 주부 이근숙(49)씨가 휴식을 위해 애처로운 목소리로 도움을 청하자 확보(등반자를 매단 줄을 지탱하는 일)를 맡던 남편 신종원(55)씨가고함을 치며 아내를 격려한다.“두달전 만해도 놀이공원의 기구조차 타지 못할 만큼 겁많던 아내가 자신의 꼬임에 넘어가 이젠 인공암벽 전문가가 됐다”는신씨는 매일 저녁 아내와 함께 인공암벽을 오르내린다.
실외암장으로는 국내 최대규모인 서울성동구 응봉동에 위치한 암벽등반 공원. 무더운 해거름에도 이 곳 14개 등반코스에는 정상을 향해 비지땀을 흘리며 기어오르는 등반자들로 가득 찼다.
유니텔 산사랑 동호회에서 활동하는회사원 전소영(29)씨는 꼭대기에 오르기가 무섭게 다시 내려와 측벽코스 정복에 나선다. “처음에는 무섭고 떨렸지만 이젠 땅위에 있는 시간보다 암벽에붙어있는 시간이 더 많아요.”
1주일에 항상 2~3번은 이 곳을 찾는다는 전씨는 “조만간 오버행(Overhang: 120도 가량 뒤로 꺾인 최고난이도 코스)에 도전하고 싶다”며 의욕을 불태운다. 중동고 수학교사로 재직중인 구자현(48)씨는 백두대간을 종주한 산사람. 지난 3월 ‘산은 물을넘지 않는다’는 백두대간 종주기를 펴내기도 했던 구씨는 “인공암벽 등반을 통해 자연암벽 등반에 대한 대리만족을 얻는다”고 한다.
그러나 인공암벽이 일반인들에게 가져다주는 진짜 재미는 따로 있다. 도르래처럼 줄을 이용하는 2인1조의 톱 로핑(Top Roping) 방식으로 등반하기 때문에 정상에서 줄을 타고 내려올때 느끼는 스릴은 놀이공원 수직강하 기구(자이로드롭)의 재미를 훨씬 능가한다고. 전문암벽 등반가 임상호(37)씨는 “인공암벽은 번지점프의 스릴을느끼며 살을 뺄 수 있는 유일한 전신운동”이라고 말했다.
한편 초보자들이 암벽등반을 주저하는가장 큰 이유는 추락사고에 대한 두려움때문이지만 안전벨트를 철저하게 착용하기 때문에 추락사고는 단 1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교통사고보다 100배는안전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한결 같은 의견이다. “초보자도 저기까지 올라갈 수 있나요.”
“1주일 교육에 한 달만 배우면 누구나 꼭대기에 오를수 있지요.” 암벽등반은 ‘슈퍼맨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필수 생활체육 종목으로 자리잡고 있다. 암벽등반을 통해 ‘슈퍼맨’은 못되더라도최소한 ‘스파이더맨’의 꿈은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인공암벽 150여곳..실내 월 5-8만원
현재 국내에는 스포츠클라이밍을 즐길수 있는 50여곳의 실외 인공암벽(13~15㎙)과 100여곳의 실내 인공암벽(높이 3~4㎙)이 있다. 응봉동 암벽공원은 서울시내에서는 유일하게연중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실외암장으로 가장 인기가 높은 편. 실내암장 이용료는 평균 월 5만~8만원 선이다.
스포츠클라이밍을 즐기기 위해 초보자가갖춰야 할 기본 장비로는 안전벨트, 암벽화, 초크주머니, 로프를 매는 링카라비나 정도. 높은 실외암벽을 오르기 위해서는 2명이 1조를 이뤄 반드시로프를 이용해야 한다. 인공암벽의 코스는 크게 직벽, 측벽, 오버행(over hang) 정도로 나뉘는 데 강인한 팔다리의 힘을 필요로 하는 오버행코스에 도전하려면 4~6개월 정도 꾸준히 연습해야 한다.
초보자는 기본교육을 받아야 함은 필수. 성동구청에서는 10월까지 일반주민을 대상으로2주과정의 무료 암벽등반교실을 열고 있다. 문의 성동구청 공원녹지과 (02)2290-73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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